일상 속 기쁨·기다림 등의 순간 무심한 듯 단순하게 그려내
작품 속 새벽을 기다리는 수탉, 날고 싶은 희망·자유 담아
장영선 작가 "어머니처럼 고요한.. 더욱 단순한 작업 하고 싶어"
작품 속 새벽을 기다리는 수탉, 날고 싶은 희망·자유 담아
장영선 작가 "어머니처럼 고요한.. 더욱 단순한 작업 하고 싶어"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끊임없이 반문하고, 존재의 가치와 삶의 지향점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를 담은 장영선의 개인전 '날자, 날자꾸나'가 9일 서울 용산구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장영선의 작업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기쁨, 외로움, 슬픔, 기다림의 순간을 담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아스라이 걸쳐 있다. 작품이란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매개체이고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분신이자 현실의 은유이듯, 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과 세상 사이, 비움과 채움 사이에서 문득 날아오르는 꿈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의 가슴 속에 부유하는 이상, 청산(靑山)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관조와 유희를 절제하고 단순하게 시각화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공기 같은 존재들, 현실과 일상, 고뇌, 희망 등을 작품 속에 담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탉은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태양의 새다. 인간에게 예지와 여명, 부활을 통해 깨우침을 알게 하는 신성함의 상징으로 태양을 기다리며 아침을 맞이하고자 하는 희망의 의미다. 또 새벽을 기다리는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고 동시에 날고자 하는 희망과 자유로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면 아래쪽에 보이는 반려견 닥스훈트는 하나의 가족으로서 삶의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동행자다.
작가는 "앞으로 더욱 단순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단순함이야말로 그 안에 더 많은 생각의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을 나이의 무게가 조금씩 늘수록, 작업을 하면 할수록 갈망하게 됐다"는 그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동양적 사유와 철학이 작업의 근간이 되어가고 있다"며 "미혹과 번잡함을 내려놓고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어머니를 닮은 고요한 섬을 그리고 싶다"고도 했다. 작가는 내년 6월 또 다른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번 전시에서 말하지 못한 홑겹이라는 섬을 구상해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작가는 문화예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섬이나 오지 지역에서 미술과 음악, 연극 등 퍼포먼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찾아가는 문화예술전시'를 꿈꾸고 있다.
작가가 대표로 있는 '빎스토리'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조화로움, 예술과 디자인의 조우를 추구한다. '생활 속 디자인'이란 모토로 작가의 작품들을 생활 속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공예 작품과 제품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드는 스튜디오다. 자체적인 빎스토리 온라인 숍도 운영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수공예 가구 조명, 솟대, 시계, 인테리어 소품, 아트상품 등을 작가 에디션으로 제작·전시하며, 이들 작품은 세계적인 축제인 상하이 엑스포,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등에 선정·전시돼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또한 작가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며 현대미술,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아트크래프트 등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9월 5일까지.
dh.lee@fnart.co.kr 이동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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