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은 경찰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그동안 수많은 음란물을 방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30여개 여성단체들은 10일 낮 12시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일간베스트, 오유, 디씨 등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웹하드 등을 중심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이 활발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서만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각종 남초 커뮤니티와 P2P 사이트에는 무수한 불법촬영물이 업로드되고 끊임없이 재생·유포되고 있다"며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 구조를 알면서도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해 온 경찰이야말로 진짜 방조자"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불법촬영물 편파수사 사죄 △불법촬영물 편파수사 중단 및 동일범죄에 대한 동일수사 즉각 진행 △불법촬영물 유포자·유통플랫폼·소지자 모두 처벌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한 특별 수사단 구성 등을 경찰에 요구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음란물 유포 혐의를 인지하고도 플랫폼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지난 사건들을 해명하라. 한사성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삭제가 안돼 방심위에 넘겼던 1461건의 피해촬영물과 유통 플랫폼 처리는 왜 이토록 미진한 것인지 답변하라"며 "일각에서는 (워마드가) 언론의 관심 때문에 수사가 잘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사건이 이슈화돼야만 이 같은 수사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임을 왜 깨닫지 못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불법촬영 불법유포는 단순 유포가 아니라 유통이고 산업이다. 그 재료는 평범한 여성들이었다"며 "경찰은 지난 십수년간 불법 촬영물 유통과 방조를 수사하지도 처벌하지도 않은 것은 왜 그랬는지 스스로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 경찰이 제대로 해왔더라면 한국에 국산 야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이 불법촬영캠페인에서 불법촬영범을 유치원생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장난처럼 희화화하는 캠페인 포스터를 통해 우리는 경찰청의 낮은 여성인권 수준 의식을 참담하게 확인했다"며 "여성들이 그리 만만한가. 경찰은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경찰이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파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일베저장소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도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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