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폐쇄 안내문에 한글 영어만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 혼란
외국어에 능숙한 안내원도 없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 혼란
외국어에 능숙한 안내원도 없어
#.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4호선 혜화역으로 향하던 일본인 A씨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 통로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하철 노선의 안내대로 환승 통로로 향했으나 공사로 인해 폐쇄됐기 때문이다.
A씨는 '보행안전도우미'라 적힌 조끼를 입고 있는 안내원에게 길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안내원은 영어가 적힌 포스터만 연신 가리켰다. 그러나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A씨는 지하철역에서 방황하던 중 한 행인의 도움으로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노후시설 정비로 환승통로 폐쇄
최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5호선과 2·4호선을 연결하는 통로가 폐쇄돼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환승 통로에 안내원이 배치됐지만 이들중 상당수가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하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외국인 안내에 힘쓰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19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5호선과 2·4호선을 이어주는 통로를 폐쇄한다.
환승 통로 폐쇄는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 공사 때문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 통로에는 1996년 설치된 노후 에스컬레이터 3대가 설치돼 있다. 이 역사의에스컬레이터는 매달 평균 4.97번 고장으로 운행이 멈춘다. 서울 지하철 평균 고장 건수인 0.9건의 5배가 웃도는수치이다.
공사 때문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5호선과 2·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5호선 비상 게이트를 통해 6번 출구로 나온 뒤 5번 출구로 다시 들어가 2·4호선 비상 게이트를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역방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공사 측은 교통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일용직 근로자를 선발해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또 전국 주요 역사에 한글과 영어로 표기된 대형 안내문 1000장을 붙였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비영어권 관광객 '혼란'
그러나 영어에 익숙치 않은 일본과 중국 관광객 등을 위한 안내표기는 없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이곳은(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외국인이 많은 유명한 곳이다"며 "일본어 안내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안내원도 외국을 위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답답할 노릇이었다. 한 안내원은 외국인이 길을 묻자 밖으로 나가는 통로만 알려줬다. 안내원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안내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길을 물어보면 나가는 통로를 알려주거나 영어 포스터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에 공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일본어와 중국어 안내 팸플릿은 역무실에 비치해 문의가 오는 경우 드리고 있다"며 "안내원들이 직접 팸플릿을 배포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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