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일본 소매 투자자들이 터키 리라와 연계된 이른바 ‘더블데커(2층)’ 펀드로 극심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초저금리 속에 금리가 높은 해외 상품에 눈을 돌린 일본 고령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판매된 이들 더블데커 펀드는 그러나 올해 터키가 위기를 맞으면서 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이들 펀드의 올 수익률은 마이너스(-) 50%에 이른다.
다이와증권이 운용하는 터키채권개방펀드는 올들어 51% 손실을 기록했고, 터키 리라 환율 마진 차익거래가 포함된 아문디의 유럽 고수익채권펀드는 33%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금융감독당국인 금융청에 따르면 이 같은 더블데커 펀드에 몰린 돈은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인터넷 개미 투자자 사이트인 카부치에의 후지이 히데토시 사장은 “고령 일본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기적인 소득을 원하지만 주식은 믿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 주식펀드를 팔기 어렵게 되자 증권사들이 대신 위험과 고수익을 엮은 채권기반 펀드를 설계해 이를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고 말했다.
더블데커 펀드는 두가지 원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다. 우선 유럽 고수익 채권 같은 기본자산을 산 뒤에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 등의 수입 흐름을 터키 리라 같은 고금리 통화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WSJ은 설명하고 있다.
터키 더블데커 펀드는 터키 채권 수요가 높아져 수익률이 낮아지고, 리라가 엔화에 비해 가치가 오르면 큰 이득을 투자자들에 안겨준다.
반면 채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 하거나 리라가 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자본손실로 고통 받게 된다.
리라는 올들어 엔에 대해 30% 넘게 폭락했다.
더블데커 펀드는 2배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고전적인 펀드는 월 배당 지급도 약속한다.
브라질 헤알 등으로 상품이 설계된 ‘트리플 데커(3층)’ 펀드도 있다. 트리플데커 펀드는 통화가치 상승이 예상될 때 일정 시점 이후에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는 콜옵션을 판매해 더 높은 수익을 얻는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터키 리라는 물론이고, 브라질 헤알까지 급락세를 타면서 이들 펀드 손실은 일본 고령층 투자자들을 강타하고 있다.
WSJ은 앞서 지난해 일본 금융청이 더블데커 펀드 등의 판매를 비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모리 노부치카 일본 금융청장은 지난해 펀드매니저들은 고객의 이익보다 판매 수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더블데커 펀드를 설계했다고 비판했다.
카부치에의 후지이 사장도 “이들 펀드는 적절히 자산을 배분하고, 위험에 대해 이해하는 이들에게만 적절한 상품”이라면서 증권사들의 탐욕을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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