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고양터미널 화재, 임차인이자 발주자인 CJ푸드빌 책임 있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06:00

수정 2019.08.22 13:07

용접작업 중 튄 불씨가 참사로 번진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와 관련해 CJ푸드빌이 임차인이자 공사를 맡긴 도급인으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롯데정보통신이 CJ푸드빌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쿠시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J푸드빌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본 1심과 달리 원고에게 2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4년 건물주인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터미널의 매장 공사 및 협력업체 관리 등을 맡은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은 삼구아이앤씨에 건물시설관리를 맡겼다. 그 무렵 CJ푸드빌은 터미널에서 푸드코트를 운영하기 위해 건물 지하 1층을 임차한 후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CJ푸드빌은 동양공무에 도급을 줬고, 동양공무는 명인이엔지에 재하청을 줬다. 명인이엔지도 개인업자 A씨에 가스배관 철거 작업을 맡기는 등 공사는 꼬리에 꼬리를 문 재하도급으로 진행됐다.

참사는 같은 해 5월 26일 벌어졌다. A씨가 고용한 배관공이 가스배관 용접작업을 진행하다 튄 불꽃이 대형 화재로 번져 9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영업중단에 따른 손실과 건물 내·외벽의 그을음 등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액도 컸다.

롯데정보통신도 사고 전 건물 1층 전산실에 전산장비 납품·설치 공사를 진행하던 중 화재로 장비가 훼손되고, 재시공까지 하게되면서 손실을 입었다. 이에 롯데정보통신은 CJ푸드빌과 삼구아이앤씨, 쿠시먼, 동양공무, 명인이엔지 등 5개 업체를 상대로 2억47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삼구아이앤씨, 동양공무, 명인이엔지 등 3개사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하고, CJ푸드빌과 쿠시먼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CJ푸드빌에 대해 "화재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주의의무위반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J푸드빌이 각 업체에 예정된 공사시간을 지킬 것을 강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발부자가 공정을 나눠 발주하고, 공사시간을 지키도록 독촉한 것을 위법행위로 볼 순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화재에 따른 피해가 확대된 것은 용접불꽃이 우레탄에 옮겨 붙었는데도 소방시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는 시설관리를 맡고 있었던 삼구아이앤씨 측이 통상의 용법을 따르지 않아 발생한 것일 뿐, 점유자인 CJ푸드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발화지점인 지하 1층의 점유자인 CJ푸드빌이 공작물 보존의 하자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CJ푸드빌은 지하 1층의 임차인이자 영업준비공사를 총괄해 관리·감독하는 분할도급인으로서 공사 과정에서의 화재 발생 등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당시 공사현장은 우레탄폼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화재 발생시 연소가 빠르게 확대 될 가능성이 높았고, 소방용구도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는 등 CJ푸드빌이 화재 발생의 위험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CJ푸드빌이 임대인 측과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자사가 부담하겠다는 '면책약정'을 맺은 상태가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CJ푸드빌이 임차인 겸 분할도급인으로서 점유·관리하는 지하 1층에 공작물 보존의 하자에 의해 화재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삼구아이앤씨·동양공무·명인이엔지 등과 함께 2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쿠시먼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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