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고도 당하는 악마의 속삭임 '피싱' 대처법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5 10:01

수정 2018.08.25 10:01

피해액 매년 증가, 최근 20~30대 여성 타깃 늘어
지연 이체 등 활용하고 비번은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서울 중앙지검 이 OO 수사관입니다. OO 씨 명의로 대포통장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OO 고객님 OO 캐피탈 김 OO 대리입니다. 기획 대출 상품이 출시되어 전화드렸습니다”

검찰이나 은행 등 관련 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갈취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인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료 쿠폰 제공·모바일 청첩장 등 문자를 보내 소액 결제를 유도하거나 악성코드를 감염시켜 개인 정보도 탈취한다. 최근에는 SNS 계정을 해킹해서 개인 신상을 파악한 후 제3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인 것처럼 속여 송금을 유도하는 메신저 피싱까지 등장했다.


피싱은 더는 낯선 용어가 아님에도 금융지식에 취약한 노인이나 학생 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 사기 예방을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홍보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고도화된 범죄 수법 때문에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법이 점점 정교하고 지능화되어 피해액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법이 점점 정교하고 지능화되어 피해액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1,805억원, 메신저 피싱 피해도 급증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은 대출빙자형과 정부기관 사칭형으로 구분된다.

대출빙자형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피해 건수 3만6805건, 피해액 1045억원, 2016년 피해 건수 3만7222건, 피해액 1
344억원, 2017년 피해 건수 4만2248건, 피해액은 1805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기범들이 대포통장 대신 가상통화를 악용해 거액을 출금해서 피해액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가상통화 피해액만 148억원에 달했다. 주로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가 전체 피해자 대비 62.5%를 차지했다.

정부기관 사칭형은 2015년 피해 건수 2만890건, 2016년 8699건, 2017년 7700건으로 줄었지만 교사, 간호사 등 20~30대 젊은 여성이 표적이 되어 건당 피해 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건당 피해액은 2015년 670만원, 2016년 667만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803만원까지 늘었다. 20~30대 여성의 피해액이 절반 이상(54.4%) 차지하는 이유는 결혼자금 등 목돈을 모았을 가능성이 높고, 사회 초년생으로 사기에 대한 경험이 적어 쉽게 속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찰청에 자료에 의하면 올 6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1만6338건이 접수됐고, 179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발생건수는 54%, 피해액은 71% 증가한 규모다.

메신저 피싱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메신저 피싱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1662건, 피해액은 약 37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10만원, 20만원 등 1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요구했으며, 지인을 사칭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돈을 송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씨가 전 직장 상사에게 받은 메신저 메시지. 인증서 오류로 이체가 힘들다며 송금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B씨 제공
B씨가 전 직장 상사에게 받은 메신저 메시지. 인증서 오류로 이체가 힘들다며 송금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B씨 제공

■피싱 수법 고도화.. 휴대폰 꺼진 틈 악용, 소액으로 송금 유도
지난달 A(34)씨는 회사에서 이틀 밤을 새우고 귀가한 후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저녁 즈음 잠에서 깬 A씨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충천을 못해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

1시간 정도 휴대폰을 충전한 A씨는 당황했다. 어머니·누나 등 가족들 부재중 전화가 수백 통 찍혀 있었던 것. 가족들에게 사연을 들은 A씨는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A씨 가족들에게 연락해 납치됐다며 돈을 요구했다. A씨의 울고 있는 목소리까지 들려주며 손가락을 자른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가족들이 시간을 끌며 침착하게 대응해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을 많이 듣긴 했지만 실제로 겪을 줄은 몰랐다”며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타이밍이 기가 막혔던 게 휴대폰이 꺼져 있을 때 가족들에게 연락한 것”이라며 “어떻게 확인하고 사기 치려 했는지 무섭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직장인 B(33)씨는 최근 전 직장 상사에게 메신저로 메시지를 받았다. 급히 결제해야 하는데 인증서 오류 때문에 이체를 못하니 대신 송금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은 B씨는 대화를 좀 더 유도하며 사기인 것을 알아차렸다.

B씨는 “부장과 친분이 있었지만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에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요구한 금액도 크지 않고 말이 어눌해 사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메신저를 해킹한 후 과거 대화를 살펴보고 어떤 관계인지 파악한 것 같다”며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범들의 행동에 화가 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범행에 사용된 금감원 위조 신분증과 명함.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범행에 사용된 금감원 위조 신분증과 명함. /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메신저 피싱 등 금융 사기 예방법은?
보이스피싱, 메신저 피싱 등 금융 사기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사기범들의 술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보이스피싱은 ▲지연 이체 서비스 ▲입금 계좌 지정 서비스 ▲단말기 지정 서비스 ▲해외 IP 차단 서비스 ▲개인 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지연 이체 서비스는 이체할 때 수취인 계좌에 최소 3시간 뒤에 입금되는 서비스다. 이체 시점 30분 전까지 송금을 취소할 수도 있다. 안심통장이라고 불리는 임금 계좌 지정 서비스는 본인이 지정하지 않은 계좌에는 소액 송금만 가능한 서비스다. 최대 100만원 이하 등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혹시 피해를 보더라도 피해액을 줄일 수 있다.

단말기 지정 서비스는 본인이 지정한 PC, 스마트폰 등에서만 이체가 가능한 서비스인데, 지정하지 않은 곳에서 이체할 때는 추가 인증을 거쳐야 한다. 최대 5대까지 기기를 지정할 수 있다. 해외 IP 차단 서비스는 국내 IP가 아닌 경우 이체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서비스는 해외에서 시도하는 금전 인출을 방지할 수 있다. 개인 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은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 포털 ‘파인’에 개인 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할 경우 신규 계좌 개설, 신용카드 발급 등 노출자 명의로 거래할 때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명의도용이 의심될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후스콜, 후후 등 스팸 차단 앱을 설치하면 사전에 발신번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을 때는 주민 센터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도 있다.


메신저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지인이 메신저로 돈을 요구하면 반드시 전화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화를 요구했을 때 사기범들은 휴대폰 고장 등 핑계를 대며 전화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지인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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