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의 제목이다.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부부합산 소득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강화할 것을 예고하자 이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미친 듯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인생 뭐 있나, 전세 아니면 월세지"라고 자조하던 '흙수저' 서민들은 정부가 "전세도 못 살게 한다"며 반발했다. 정부는 발표 하루 만에 "전세대출 소득제한에 무주택자는 예외로 한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정부가 시장을 외면한 채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민들은 월세살란 얘기냐?
30일 부동산 업계, 학계 등에 따르면 하루 전인 29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전세대출 소득제한 규제를 두고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라는 한 가지 목적에 매몰돼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오는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전세보증 자격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줄었으나 풍선효과로 전세자금대추과 개인사업자대출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며 집값 상승을 부치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에서 전세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소득에 따라 이를 제한한 것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이 기준으로 이 이하만 주금공의 전세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 단 맞벌이 신호부부는 연소득 기준이 8500만원, 1가구 자녀는 8000만원, 2자녀 가구는 9000만원, 3자녀는 1억원 이하가 기준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자녀 둘에 연봉 9000만원 가구가 세후 월급 반을 저축해도 1년에 4000만원 모으기 힘들다"며 "10년 동안 월급 반을 모아도 4억원에 불과한데 (집을 사기 위한) 대출도 막히고 전세까지 막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3280만원이다.
또 다른 청원자는 "세금 열심히 내고 상환능력 있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게 혜택을 주지는 못할말정 페널티를 주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당황스러운 정책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고 글을 남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무주택 세대에 대해선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해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 내렸다는 지적이다.
■주담대 조이기 풍선효과 탓?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 세력과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기조에 맞춰 금융당국에서도 대책을 마련했으나 현실 경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이 문제라면 대출을 받아 자금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면 된다"며 "금융당국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전세대출이 늘자 전체적인 대출 규제 차원에서 설익은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는 정부가 전세대출을 막아 가처분 소득을 줄여버리며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며 "향후 소득 기준을 9000만원, 1억원으로 올리는 등 미봉책을 쓰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포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 기준에 따라 전세대출을 제한할 경우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정책의 타깃 수요층도 애매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 서민을 위한 대출인 만큼 소득보다 보유 자산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여건에 따라 전세대출을 제한하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부모 자산을 물려받은 일하지 않는 부부의 경우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이라도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주고 전세대출도 열어 줘야 한다"며 "다주택자 투기가 문제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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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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