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솟값이 한 달새 30%나 뛰었다. 시금치 가격은 무려 130% 가까이 뛰었고, 고온에 민감한 무와 배추, 여름철 과일인 수박도 50% 이상 급등했다.
다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7~8월 누진제 구간 조정에 따른 한시적 전기료 인하 효과가 반영되서다.
정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급등한 일부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주요 농축산물의 공급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1로, 1년 전보다 1.4% 올랐다.
지난해 7∼9월 2%대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해 10월 1.8%로 내려간 이후 11개월째 1%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대에 머문 것은 2013년 11~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여름철 폭염·가뭄에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채솟값이 폭등했다.
실제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0%, 전월 대비로는 14.4% 상승했다.
이 가운데 채소류 가격은 7월보다 30.0%나 뛰었다. 시금치는 128.0%나 급등했고, 양배추(85.5%), 배추(71.0%), 수박(63.2%), 무(57.1%), 파(47.1%), 상추(40.5%)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석유류 제품은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0%나 뛰며 전체 물가를 0.52%포인트 끌어올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1.0%, 13.4% 상승했고, 자동차용LPG(14.0%), 등유(12.7%) 등도 10%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가 1% 중반에 그친 건 지난 7~8월 누진제 구간 조정에 따른 전기료 인하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8월 전기·수도·가스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8.9%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내리는 효과를 냈다. 전기료 인하를 제외하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7% 상승한다.
서비스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상승했다. 개인 서비스 요금이 2.4%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77%포인트 높였다. 외식비와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가 각각 2.6%, 2.2%씩 올랐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국내단체여행비(3.5%)와 콘도이용료(11.5%)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계절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올랐다. 7월과 비교해선 0.2% 하락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서민 체감 물가지수인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채소, 과일, 생선.해산물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체감물가지표인 신선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상승했다. 7월보다는 14.1%나 뛰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물가는 폭염 등 농축수산물의 계절적 상승압력이 완화되겠으나, 기저효과 등으로 1%대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9월은 추석물가 불안에 대비해 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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