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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김우병 불로장생…무명선수 반란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2 11:32

수정 2018.09.22 12:22

왼쪽 첫번째 김우병(일산). 동서울·광명·일산팀 ‘훈련지 대항전’ 우승.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왼쪽 첫번째 김우병(일산). 동서울·광명·일산팀 ‘훈련지 대항전’ 우승.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강근주 기자] 경륜이 오는 10월15일 출범 24돌을 맞는다. 그동안 벨로드롬을 누빈 선수는 1기 111명을 시작으로 작년 훈련원을 졸업한 23기까지 총 11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1기 원년 멤버는 7명, 2기는 8명, 3기는 4명이 벨로드롬을 밟고 있다. 경륜 원년 ‘달리는 보증수표’로 꼽히던 은종진, 2기 4대천왕 중 황제 조호성 등은 이제 경륜의 레전드가 됐다.

영원할 것 같던 ‘은륜 스타’도 나이에 따른 체력적 열세. 각종 부상 후유증, 개인사로 벨로드롬을 떠났다. 이는 냉혹한 승부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3기 김우병(46) 선수는 세월도 비켜갔다. 김우병은 남강중-영등포공고 시절 잠깐 선수로 뛰었다.
성적이 신통치 않아 실업팀 입단이 좌절됐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남달라 각종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며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결국 경륜 3기로 프로 선수가 됐다.

훈련원 성적은 42명 중 8위로 언뜻 보면 준수하다. 그러나 3기는 역대 기수 중 최약체로 평가받을 만큼 비 선수 출신이 많아 ‘외인부대’ 별칭도 얻었다. 국가대표 출신이 즐비한 2기나 아마에서 프로로 직행한 젊은피가 많은 4기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여서다.

특히 김우병은 신장 168센티에 몸무게 70kg도 안돼 경륜 팬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김우병은 전매특허인 선행 전법으로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선발급에선 강자, 우수급은 복병으로 성장해 나갔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 ‘꾸준함’이다. 그동안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로 경륜 그랑프리는 물론 각종 대상 경주를 휩쓸며 벨로드롬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지성환, 현병철,

동기 중 수석으로 졸업한 ‘도로 제왕’ 용석길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선발급으로 추락했고 상당수 국가대표 출신도 성적 불량으로 벨로드롬을 떠났지만 김우병은 장수하고 있다. 이들 선수가 한창 잘 나갈 때 김우병은 한 번도 이들과 경기를 같이 하지 못했다. 특선급 경기는 김우병에겐 그저 꿈의 무대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들 선수는 김우병과 동갑이거나 오히려 적다.

장수하는 비결은 꾸준함이다. 데뷔 초인 1996년 김우병은 승률이 11%, 연대율 22%였다. 가장 좋을 때는 2012∼2013년으로 승률 27%, 연대율 45%다. 올해 시즌 성적은 승률 19%, 연대율 41%를 기록하고 있다. 20년 넘게 별반 차이가 없는 성적표다.

경기 내용은 더욱 알차다. 경륜 선수는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선행 같은 자력 승부에서 마크 추입 같은 기교파로 변신한다. 경륜 선수로는 이미 환갑을 넘겼으나 김우병은 자력 승부로 따낸 입상률이 50%나 된다. 이는 남의 도움 없이 순수 본인의 힘으로 달성한 성적이라 더욱 값지다.

덕분에 과거 김우병이 올려보던 선수들이 지금은 김우병 뒤에 붙어가려 애쓰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웬만한 경주에서 위치 선정 또한 큰 어려움이 없다. 실력 있는 노장으로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쯤 되면 ‘세월에 장사 없다’는 속언이 김우병에게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같은 등급 내에서 꾸준한 성적을 그것도 같은 전법으로 20년 간 유지하는 선수는 거의 전무하다. 아들-조카뻘 후배들이 ‘어디 불로초라도 드시냐’고 농담을 던질 만하다.

당연히 불로초는 없다. 몸에 해로운 일을 삼가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꾸준한 연습만이 비결이다. 특히 경륜을 통해 얻은 훈련 방법이나 체력 관리는 그만의 노하우 중 핵심 결정체다.

김우병는 1기 허은회, 장보규에 못지않은 최장수 선수로 남기를 희망한다.
현재 추세라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경륜 전문가는 대체로 “경륜에선 개인능력 만큼 연대가 승패를 좌우하는데, 김우병은 흔한 인맥조차도 없다.
이런 불리함을 넘어서 한결같은 성적을 내는 모습은 벨로드롬에 꼭 필요한 보석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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