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생들, 추석 연휴 맞아 광화문서 조선 시대 유생 상소 재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2 23:44

수정 2018.09.22 23:44

"비답을 내려주소서 주상전하. 백성들의 애통함을 가슴에 품고 더 간절하게, 더 열렬하게 외치라."
추석 연휴의 시작인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과거 조선 시대 유생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는 모습을 대학생들이 재현하는 등 각종 행사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2일에 걸쳐 광화문광장에서 '2018 종로한복축제'를 열었다. 전날 '한복뽐내기 한복패션쇼', '인사동 한복 퍼레이드'에 이어 이날은 '금난새와 함께하는 한복음악회', '2018 고하노라'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2018 고하노라'는 성균관대 학생자치단체인 '청랑'(靑浪)이 주관한 행사로, 조선 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던 유소(儒疏 : 유생의 상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했다.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들 사이에서 행사를 총괄하는 장의(掌議)가 상소문을 들고 걸어 나와 무대에 오르자 학생들이 팔을 흔들며 "그대들의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되었는가, 일어나라, 깨어나라, 나아가 고하노라"며 노래를 불렀다.


장의가 상소 시작을 알리고 유생 차림의 학생들이 모두 무대를 향해 절하자, 연세대 재학생 이성환 씨가 상소문을 읽었다.

이날 상소문은 사전에 통일부와 협의해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청년의 아이디어'를 주제로 정책을 공모해 선발됐다. 정책을 상소문으로 내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기획됐다.

이 씨는 상소문에서 독일이 통일되기 16년 전인 1974년 동독과 서독이 보건의료협정을 맺었던 점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직접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는 '한반도 공동체적' 보건의료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상소문을 모두 낭독하자 조 장관이 청록색 전통의상에 갓을 쓴 채 상소에 답하는 비답(批答)을 했다.

조 장관은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보건의료 협력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더 많은 청년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직접 참여하도록 정부도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내와 4살짜리 아들과 함께 행사를 지켜본 송 모(46) 씨는 "축제 소식을 듣고 가양동 집에서부터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며 "상소문 올리는 과정을 축제처럼 구성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들도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종로한복축제는 전통 한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기획돼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일반 시민들이 현장에서 한복을 빌려 입는 체험 코너를 비롯한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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