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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태국여행기] ⑤아이가 아프면 별 생각이 다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4 10:41

수정 2018.09.24 10:43

남편이 발굴한 현지 치킨. 이 음식이 문제였는지, 그 전에 먹인 푸딩, 아이스크림이 원인인지 알 수 없다.
남편이 발굴한 현지 치킨. 이 음식이 문제였는지, 그 전에 먹인 푸딩, 아이스크림이 원인인지 알 수 없다.
남편이 발견했다는 현지 치킨집에 갔다. 사실 나는 현지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촌스러운 혀를 가지고 있다. 대학교 때 처음 해외여행을 간 일본에서는 모든 음식이 다 입에 맞았다. 미국을 갔을 때는 음식이 입에 맞는게 아니라 한국 음식보다 미국음식이 맛있어서 매일매일이 맛집탐방이었다. 집 근처 피자집의 4달러짜리 피자는 청담동의 2만원짜리 피자보다 더 나았다.
유럽 지역을 배낭여행할 때도 괜챦았다. 그러나 2007년 초에 갔던 19만9000원짜리 베이징 패키지 여행에서는 다니는 식당마다 정말 너무 냄새가 나 거의 못먹었다. 심지어 남들은 식당에서 밥먹을 때 혼자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를 사가지고 먹을 정도였다. 그 이후 중국을 갈 일이 두어번 더 있었는데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현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2010년에 다시 베이징을 갔다. 이 여행은 친구 출장을 따라간 거였는데 3년전에 패키지 여행 갔을 때와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불과 3년일 뿐인데 힙플레이스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식당이 깔끔하고 훌륭했다. 아마도 저가의 패키지 여행은 좋은 식당을 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이 저질혀는 현지 저렴식당은 소화를 못하고 고가의 식당은 소화를 하는 구나 깨달았다.

방콕의 현지 치킨집은 치킨, 볶음밥, 쏨땀, 맥주2병, 스프라이트 1병 이 모든 것을 먹고도 560바트(한화로 2만원 정도)가 나오는 저렴한 곳이었다. 앞에서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저렴식당은 소화를 못하는 촌스러운 혀의 소유자인 내가 의외로 먹을만 했다. 나이가 들면 역시 편식도 치료가 되는가 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제였다.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난다며 코를 부여잡고 있었다. 막상 치킨이 나오자 아이들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한밤 중에 둘째아이가 계속 칭얼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재우는데 왈칵 토를 하는 것이었다. 둘째아이가 6살이 되면서 그닥 병원갈일이 없었고 열이 올라도 금방 떨어질만큼 많이 컸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체온계를 쓴적이 없어 이번 여행에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리고 왠만하면 손으로 짚어보면 어느정도 열이나는지 가늠이 가능하기도 했다. 열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몸이 뜨거웠다. 배를 문질러 주며 밤새 칭얼대는 아이를 재웠다.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을 먹을때 흰죽을 세숫가락 정도 줬다. 흰죽을 먹다가 식당에서 나는 냄새때문에 또 구역질을 하길래, 맛이 없어서 구역질을 하는줄 알고 본인이 먹고싶다는 수박과 빵을 천천히 씹어 먹게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수박과 빵을 또 토했다. 어제 치킨을 먹은시간이 현지시간으로 8시니 한국시간으로 10시라서 너무 늦은시간 밥을먹고 바로 자서 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지났는데 이번에는 설사를 했다. 토만 했을때는 단순하게 체했다고 생각했는데 설사를 하니 장염인 것 같기도 했다. 열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성 장염은 아니고 세균성 장염이 의심이 됐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다행이 숙소근처에 비싸지만 국제병원이 있어 양질의 진료를 받을 기회는 있었다. 다만 그 국제병원은 방콕에서 제일 비싼 곳이라고 했고 심지어 여행자 보험도 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약국에 가서 약을 섣불리 사먹였다가는 더 큰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었다.

치킨이 문제였는지, 전날 먹인 푸딩이 문제였는지, 아이스크림이 문제였는지 도통 알수 없었다. 햇반을 미역국블럭에 말아서 조금씩 줬다.
이것마저 토하면 병원을 가기로 했다. 다행이 소화를 무사히 했다.
악몽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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