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확대..500개 육박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기고글을 올린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 최근 시장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은 종합시장의 확대다. 북한주민들이 통상 ‘장마당’이라고 부르는 소비재시장이 발전된 모습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에서 운영 중인 종합시장은 2010년 200여개에서 2015년 396개로 2배로 늘었고 2017년 3월 436개, 2018년 2월 482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정부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 종합시장의 신설·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4년, 2015년에 평안남도 안주시의 남흥시장, 강원도 원산시의 갈마시장과 세길시장 등 20개의 새로운 시장이 생겼고 약 71개 시장이 개·보수됐다. 종합시장 내 매대 수와 상인 수도 크게 늘면서 종합시장의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접경지역인 압록강 연안에 있는 양강도 혜산 시장의 경우, 매대 수가 2012년 12월말 3600여개 였던 것이 2015년 3월 4000여개로 2년여 만에 400개나 늘었다.
통일연구원이 2016년 탈북민 면담조사 및 구글 어스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종합시장의 전체 종사자 수(시장관리소 인력 + 매대상인)는 109만 9052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5%에 달한다.
■대중교통 저변화..택시 1500대 운행
최근 북한에서 시장화의 진전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현상은 서비스 시장, 특히 교통·운송 서비스 시장의 확대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철도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수송서비스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민간의 수송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자 민간부문은 자구책 차원에서 다양한 수송서비스 공급수단을 개발했다.
1990년대 초중반에는 ‘써비차’라 불리는 불법적인 운송서비스가 활기를 띠었다. 2000년대 이후 부터는 민간부문의 시외버스, 시내버스, 택시 등의 새로운 운송서비스가 등장하고 발전했다.
개인들은 자신의 자금으로, 또는 사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중국 등지로부터 중고 및 신형 버스·택시를 구입하고 연료의 공급, 차량의 수리는 물론 운전기사 고용 등 자신의 책임 아래 일체의 경영활동을 수행한다.
물론 북한에서는 운송수단의 사적 소유가 불허된다. 기관·기업소의 명의를 빌려 국가에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사업을 통해 획득한 수익의 일부를 해당 기관·기업소에 명의 대여의 대가로 납부금을 내야 한다. 버스의 경우, 북한 유통의 중심지인 평성시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운행되는 시외버스 노선은 2013년 기준 49개로 대부분의 북한 주요 대도시를 연결한
다. 택시도 2016년 기준 평양에만 5개의 택시회사가 영업 중이며 1500대가 넘는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급증하는 휴대폰 사용인구
북한의 자유시장 경제화의 또다른 사례는 이동전화 시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과정에서 중계된 평양의 모습가운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상당수 시민들이 목격돼 신선한 충격을 줬다. 우선 이동전화 시장은 북한 체신성이 이집트 통신기업 오라스콤과 함께 ‘고려링크’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이동전화 판매와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는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다.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 수는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이동전화사업을 시작한 2008년 말에는 16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2012년 2월에는 100만 명, 2013년 5월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북한의 이동전화 보급대수가 370만대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오라스콤은 ‘고려링크’ 이용자들이 평양을 비롯해 북한 내 15개 주요 도시, 100여 개의 중소도시에 분포해 있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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