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의 정치 성향을 가르게 될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부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24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아내 애슐리와 함께 나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나는 누구도 성폭행한 적 없다"고 말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고교 시절, 현재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포드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예일대학 재학 시절 데버라 라미레스라는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추가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더 코너로 몰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인준 일정을 연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캐버노 지명자는 인터뷰에서 "포드 박사가 특정 시기에 누군가에 의해 특정 장소에서 성폭행당했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은 그 당사자가 아니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또 10대 때 "(문제가 된) 그러한 파티에 간 적도 없다"면서 "포드 교수는 친구나 지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내 진실성을 방어할 수 있는 공정한 (청문회) 절차를 원한다"면서 "근거 없는 비난들 때문에 이 절차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앞서 자신에 대한 인준 표결이 예정된 상원 법사위에 서한을 보내 "그야말로 중상모략"이라면서 "겁을 먹고 인준 절차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의혹을 반박했다.
그가 방송 인터뷰까지 응하며 적극적으로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일단 궁지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러셀 휠러는 "지난 100년간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이러한 미디어 인터뷰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 대법원은 보수와 진보성향 대법관이 각각 4명씩 자리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캐버노가 인준을 통과할 경우 대법원 내 보수 우위가 예상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엄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문 서명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가 인준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것(인준)이 바뀌는 일이 생긴다면 진정 슬플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상원 법사위는 오는 27일 청문회를 열고 캐버노 지명자와 성폭행 미수 의혹을 주장한 포드 교수의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