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일관계...한반도 중심으로 동북아 역학관계 재편
文대통령, 위안부 화해 치유재단 사실상 해산 시사
위안부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은 요구 안해
文대통령, 위안부 화해 치유재단 사실상 해산 시사
위안부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은 요구 안해
【뉴욕(미국)·서울=조은효 박종원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일 정상회담 중재에 나서는 등 동북아 역학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을 분석된다.
■ 北과의 대화 중재...韓위상 실감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북일대화 및 관계개선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에 나서 북·일 관계 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한 사실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언급하며 "납치차 문제를 포함해 일·북 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언급한 것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세 번'에 걸쳐 김 위원장에게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아베 총리가 이에 대해 사의를 표한 이 장면에 대해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평양 정상회담 전에 문 대통령에게 납치자 문제 해결 등 일본의 입장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납치 문제와 관련해 "계속해서 한국 정부가 지원해주기를 부탁한다.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을 희망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를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선 달라진 한·일 관계를 가늠케 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걸친 채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으로 메모지에 정리한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이라면, 아베 총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는 한반도 중심으로 동북아 역학구도가 재편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사 문제 '관리모드'로
문 대통령은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사실상 해산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국내에서 해산 여론이 일고 있는데다 태생적으로 제기능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일본 측에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과거사 문제는 두드러지진 않았다. 이는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기조'에 따른 것으로 지금은 과거사 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과정에서 일본의 협조적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제껏 강조하던 '대북압박'이란 용어를 한 차례도 쓰지 않고, 북한과 협력과 양자 간 국교정상화를 강조했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놓고 "북한은 역사적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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