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에서 보관되고 있던 비인가 행정자료를 무단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을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사실확인 없이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가안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정정보를 반복해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재정정보 관리실태 감사 착수에 나서는 한편, 전 국가기관의 예산집행 적정성 여부를 전면 재점검키로 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 관련 브리핑에서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에 대한 고발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은 무단으로 획득한 자료를 즉각 정부에 반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자료를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않은 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재정정보원은 OLAP의 이상 과부하 및 오작동 원인을 분석하던 중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지난 9월5~12일경 집중적으로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7개 정부기관의 행정자료를 190여회에 걸쳐 47만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열람 및 다운로드한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국회의원실이 재정분석시스템 아이디 요청 시 재정정보원은 공개가 가능한 부분까지만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한해 제공하지만 심 의원실 보좌관들이 부여된 권한으로 열람이 불가능한 자료를 열람하고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기재부가 즉각 반납을 요청했으나 심 의원실은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심 의원 측은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ID로 정상접속했고, 백스페이스 조작을 통해 뜬 화면에 있는 정보에 접근, 다운로드했다는 점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의 검찰 고발이 정부 업무추진비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차관은 "취득한 비인가자료는 단순히 클릭 두 번으로 접근이 가능한 자료가 아니라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법성을 인지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8일 심 의원이 청와대 지출내역에 '단란주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21일 심 의원이 해외순방 시 수행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 오용하고 한방병원에서 쓴 것으로 거짓 기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실제 뉴델리 호텔에서 식사한 것이 맞고 카드사 잘못으로 국제, 국내 업종 코드상 단순 불일치 사항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정보통신망에서 처리, 보관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과 행정정보의 권한없는 처리를 금지'한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불법적인 자료의 외부 유출 및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재철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재철 의원실의 자료습득 및 처리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비정상적으로 취득한 자료는 즉시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재정정보원 재정정보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필요 시 책임자 문책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재정분석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재정정보시스템을 재점검키로 했다.
김 차관은 "유출된 자료 뿐만 아니라 전 국가기관의 예산집행 적정성 여부를 전면 재점검하고, 작은 문제점이라도 발견되면 감사원과 협의해 해당부처의 예산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면서 "재정분석시스템의 자료 유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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