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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글날을 맞아 유통업계의 언어 파괴 마케팅을 두고 찬반론이 분분하다. 딹, 짜블따오, 섯씨구, 식석갓세, 추캉스, 쓱, 치즐링, 몰빵데이 등 유통가에선 새로운 신조어 마케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재치있는 언어 유희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안그래도 SNS 등을 통한 신조어가 난무하는 상황에 무분별한 한글 파괴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삐에로쑈핑·쓱…"언어 변주로 마케팅 성공"
언어 파괴 마케팅이 매출 상승 등으로 성공한 사례도 유통가에선 적지 않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인 '삐에로 쑈핑', SSG닷컴의 '쓱', 비비큐 '딹(닭+딱)'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들이다.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 이어 동대문 두타점에 2호점을 연 '삐에로 쑈핑'은 이름에서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정확한 외국어 표준 표기법에 맞추자면 '삐에로 쑈핑'이 아닌 '피에로 쇼핑'이 되어야 한다.
'삐에로 쑈핑'의 이름은 복고 감성에 방점이 찍힌다. '삐에로 쇼핑'의 유진철 브랜드 매니저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쇼핑이라고 하지만 과거 70~80년대 영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에는 '쑈핑'이라고 했다.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잡화점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SSG닷컴의 '쓱'도 성공한 마케팅 용어다.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쓱' 광고는 온라인몰 SSG를 한글로 표현한 단어인데, 이슈몰이를 하면서 광고 노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쓱'의 성공으로 SSG는 언어유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2년만인 올해 내놓은 광고에서 SG닷컴은 모든 자음을 'ㅅㅅㄱ' 으로 변환한 '석! 새각, 소긋' '섯씨구~' '식석갓세' 등을 쓰고 있다. 이 말은 각각 '헐! 대박, 소름"과 "얼씨구~", "신선한 데?" 를 뜻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아예 '도깨비 언어'를 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패션기업 LF도 브랜드 영문명이 한글 '냐'처럼 보인다는 데 착안해 유머 코드를 담은 '냐' 광고 시리즈로 재미를 봤고, 최근에는 롯데면세점이 '냠' 캠페인을 시작했다. '롯데듀티프리(LOTTE DUTY FREE)'의 영어 단어 첫 글자 LDF에서 D를 밑으로 내리면 한글 '냠'이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언어 파괴라기 보다는 언어 유희 정도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친근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키워드로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억지스런 신조어, 꼭 필요한가"
반면 '억지스럽다'며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언어 유희라는 말에 걸맞은 재치있는 명칭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오히려 무분별한 언어 파괴에 동참하는 듯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 우면동의 30대 주부 A씨는 "오랫만에 아이들과 치킨을 시켜먹을려고 메뉴판을 봤더니 가관이더라. 핫블링, 치즐링, 매달구 등 무슨 메뉴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들이 즐비하더라. 말하기도 어렵고 기억에 남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이름을 그렇게 만들어야할 이유가 있나"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50대 남성 B씨는 홈플러스가 최근 진행 중인 '몰빵데이'를 보고 쓴소리를 뱉었다. "'몰빵'은 일종의 비속어인데, 이걸 대대적인 마케팅 용어로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안그래도 애들 말투가 험해서 걱정인데, 이제 저말은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지 않겠나"고 혀를 찼다. B씨는 "한글 파괴, 언어 파괴라고 하면 요즘은 '꼰대'라고 하더라. 그런데 엄연히 대체할 우리말이 있다면 그 말을 쓰는게 좋지 않나"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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