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전업주부 연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8 16:30

수정 2018.10.08 16:30

미혼 여성 A씨는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보통 2~3곳의 가정을 돌며 주5일 일하고 월평균 250만원을 벌었다. 그녀가 결혼을 해 전업주부가 됐다. 하는 일은 결혼 전이나 차이가 없는데 자신의 소득은 0원이 됐다. 국가 전체로도 가사도우미의 소득은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지만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잡히지 않는다.


전업주부가 하는 집안일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같은 일을 남에게 시켰을 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그 일이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GDP 체계는 대가 지불이 없는 노동은 부가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같은 집계방식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은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해 보조계정을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얼마가 적정할까. 이 문제가 사회적·경제적 이슈로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08년 전업주부의 연봉계산법을 공개했다. 주부의 하루 일과를 37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노동부의 직종별 임금실태 자료를 토대로 시간당 평균임금을 적용했다. 이 계산법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세 아들을 키우는 37살 전업주부 연봉을 4452만원으로 제시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종숙 연구위원은 2005년 발표된 보고서에서 전업주부의 나이에 따라 가사노동 가치를 차등화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대는 월평균 119만원, 30대 167만원, 40대 116만원, 50대 92만원 등이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컨설팅기업 샐러리닷컴(salary.com)이 주부 2만8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연봉 가치를 11만7856달러로 평가했다. 법원이 교통사고를 당한 전업주부의 보상금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일용직 건설노동자 평균임금이다. 2017년 상반기 현재 일용노임은 10만2628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업주부 연봉은 3745만원이다.

통계청이 8일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내놓았다.
여성이 맡아온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여성 및 복지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통계청이 이번에 객관적 측정기법을 개발한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깊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