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중앙에 있는 톤레사프 호수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길이 160km, 너비 36km에 달한다. 우기가 되면 이 호수의 물이 불어나 산 중턱까지 물에 잠긴다고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 그리고 일부 베트남 사람들은 이 호수에 수상가옥을 짓고 살고 있다. 물의 흐름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집이다.
필자가 이곳을 찾기 1년 전인 2015년에 우리나라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곳을 다루기도 했다. 당시 박명수, 박주미 등 연예인 가상 가족이 수상가옥을 방문해 현지인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에서 볼 때는 그저 나와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 이국적이고 다른 모습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그들의 삶은 내 것과는 많이 달랐다.
현지 주재원 등의 말에 따르면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오전에 물고기를 잡고, 물고기 잡이에 성공하면 잡은 물고기를 중간 유통상에게 1달러에 판다. 물고기를 잡으면 1달러를 벌고, 못 잡으면 1달러를 못 버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잡은 물고기를 운송하는 교통이나, 냉동하는 등의 저장 기술이 발달 되지 않아 오전에 잡고 그 이후에 넘기는 구조다. 물고기 잡이를 하는 사람들은 하루 1달러 이상의 삶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물고기를 잡은 뒤에 붙기 시작하는 유통 마진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시장에서 5달러에 팔리든 10달러에 팔리든 이들에겐 영향이 없다. 자급자족하며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경제활동만 하는 셈이다.
웃옷을 입지 않고 그물 침대에 누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내 아이, 바구니를 잘라 놓은 듯한 1인용 배를 타고 학교로 가기 위해 노를 젓는 어린애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내일도 1달러를 벌게 해줄 배를 수리하는 청년, 그리고 빼빼마른 닭과 개들. 모터보트를 타고 관광객이 지나는 루트를 따라 수상마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담았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이 나라보다 못 살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을까.
미국, 일본, 싱가폴 등 흔히 말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다. 출장을 준비하며 코트라가 만든 캄보디아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서 크게 놀란 부분이 있다. 2015년 말 기준 캄보디아의 유선전화 보급률은 1.6%에 불과한데 반해 휴대폰 보급률은 133%로 한국보다도 높았다. 한국처럼 지하에 구리선을 깔고 유선전화를 보급하고, 삐삐, PCS, 폴더폰을 거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거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220만원 정도인 사람들이 수십만원짜리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모든 것들을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상품을 팔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것을 팔았다.
경공업, 중공업, 서비스업을 거쳐 ICT 산업 발전 단계를 거쳐 온 우리나라와 캄보디아는 경제 성장 구조 자체가 달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캄보디아 경제 곳곳에 침투해 있거나 침투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600만명에 불과한 적은 인구, 낮은 제조업 경쟁력, 교통·통신·기술 등 열악한 인프라, 여기에 더해 지도층의 극심한 부패까지. 캄보디아 국가 GDP가 약 15조원 정도인데 장기 독재하고 있는 훈센 총리와 그 로얄 패밀리 일가의 재산이 1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각종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관광객들을 위해 깔린 2차선 포장도로의 양 옆에는 글로벌 호텔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추후 캄보디아 경제가 발전하면 도로 등의 인프라를 확장해야 할 터인데 글로벌 호텔들을 철거할 수 없으니 아마 새로운 도로를 뚫어야 할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한번 경쟁에 뒤쳐지기 시작하면 이를 따라잡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내가 느낀 캄보디아에 대한 이런 감상들을 통역을 맡은 현지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그 친구는 중간중간 한국어로 농담을 건넬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주제넘은 나의 걱정은 그 친구의 대답을 듣고 굉장히 무안하고 창피해졌다.
톤레사프 수상마을을 지나던 중이었는데 통역 친구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하루 1달러를 벌고 살아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더 자살을 많이 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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