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 개혁 차질도 우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비판적이던 언론인의 실종 사건이 확대되면서 오는 23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투자 컨퍼런스인 '미래투자계획(FII)' 회의 불참자가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고가이기도 한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으로 사우디 정부의 야심찬 개혁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간후 실종됐으며 터키 당국은 증거를 확보했다며 사우디 보안팀이 그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해 회의에는 조 케이저 지멘스 CEO와 블랙록의 래리 핑크,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같은 기업 총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FII의 전략적 파트너에는 HSBC와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이 있으며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매킨지는 행사의 ‘지식파트너’를 맡고 있다. 그러나 13일 블룸버그통신은 비아콤과 우버의 최고경영자(CEO)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소유주를 비롯한 기업인들이 이번 사건이 밝혀질때까지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리는 리야드 FII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사건에 경악한다면서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자신은 “전 세계에서 IMF의 업무를 위해 할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영국 BBC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무역장관이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주최국 사우디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사우디의 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최하는 행사로 지난해 행사에서 5000억달러 규모의 미래 도시 ‘네옴’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카슈끄지 실종으로 인해 이번 사건 해결에 있어서 결단력과 투명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 야심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위원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르배런은 CEO들이 카슈끄지 사건 의혹 관련자들과의 친분 관계에 따른 리스크와 앞으로 사우디에서의 장기적인 기업이익 두가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 일간지 사바는 카슈끄지가 찼던 애플 워치에 그의 살해 관련 음향이 녹음됐으며 당국에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은 15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암살단이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살해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관련 동영상도 갖고 있다고 밝혔으나 입수 경위는 밝히 않았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의 사망에 사우디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는 아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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