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65)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교환계약에서 한쪽 당사자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에게 맡기고 이를 상대방에게 알렸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계약이행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대방이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해 자기 부동산에 지역권설정등기를 한 경우에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의 소유권이전 의무가 피고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 사무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배임죄에서 '다른 사람(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1년 피해자 소유의 토지와 교환하기로 한 자신 소유의 토지에 무단으로 지역권을 설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는 소유권 이전을 위한 서류를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놓고 이를 박씨에게 통지했지만, 박씨는 이를 알면서도 지역권설정을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재판에서 1심은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교환계약에 따라 상대방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므로 박씨는 '타인을 위해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의 지위에 있을 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이 옳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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