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30대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다. 20대가 그 뒤를 차지했지만 높은 실업률 등으로 '미래 안정감'은 전 연령대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나혼자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행복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복지수개발에 관한 연구'를 17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의 평균 6.329점으로, 혼자 살거나 60대에 접어들수록 '행복지수'가 저조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6.56)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다. 30대는 주관적 행복도, 삶의 만족도, 미래 안정성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0대(6.36)는 30대 다음으로 높은 행복지수를 보였지만 '미래 안전성' 부문에서(5.44)는 조사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주거 빈곤 등 불안정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60대 이상의 행복지수(6.05)는 '미래 안전성'을 제외하고 다른 연령대보다 모든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가족이 많거나, 학력 수준이 높을 수록 더 높은 행복을 영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00만 시대를 맞은 '1인 가구'의 행복도는 5.84로 가장 낮았다. 특히 2인가구(6.27)와도 현격한 점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사회적 자본 혹은 '관계적 측면'이 행복의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 수록 행복지수도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실업자의 행복지수는 5.39로 비경제활동인구보다 '행복하지 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소득 구간별로 볼때 100만 원 미만과 이상, 100만~199만원 미만과 이상간 행복점수 편차가 이 구간 이상 소득자간 격차보다 컸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평균 행복지수는 모두 4점대를 기록하는 등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행복지수 점수가 높았다. 대졸 이상인 사람의 평균 행복지수 점수는 6.57점으로, 중졸 이하의 5.63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절대적 결핍과 박탈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 미래 안정성은 중산층 이상인 사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소득층은 주관적 행복도보다 삶의 만족도가 두드러지게 낮은 것은 ‘주관적 행복도’보다 삶의 만족도가 생활상의 결핍과 좀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행복 빈곤 개념'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행복빈곤의 조작적 정의는 소득에서 주로 활용되는 상대적 빈곤개념과 유사하다”며 “즉, 중위 행복도(6.46점)의 50%, 60%, 75% 미만인 행복도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전체 인구 중 이러한 인구의 비율을 행복 빈곤율이라 칭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이, 행복빈곤인구의 절반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위 행복도의 50% 미만의 행복도를 가진 인구 중 67.6%는 저소득층이었고, 중위 행복도 60% 미만의 행복도를 가진 인구의 65.3%도 저소득층이었다.
연구진은 “경제적 빈곤이 행복의 빈곤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행복빈곤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인자”라며 "한국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 ‘일 영역’과 ‘건강 영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17년 12월 11일부터 20일까지 전화조사로 실시했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0%포인트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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