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스는 1886년 리처드 시어스가 우편망을 통해 시계와 보석을 파는 것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유통기업으로 자랐다. 1906년에 주식을 상장하고 1945년까지 연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미국 유통시장을 주름잡았다. 켄모어, 다이하드, 랜즈 엔드는 대표 브랜드다. 시어스백화점과 대형마트인 K마트 등 3700여개 매장과 3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기도 했다. 1955년 '포천 500지수' 도입 당시에는 보잉,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26년의 전통을 가진 유통명문 시어스가 자금난을 못 견디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시어스는 최근 뉴욕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시어스는 1991년 월마트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엔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현재 매장 687곳,직원은 6만8000명으로 각각 전성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는 113억달러(약 13조원)로 눈덩이가 됐다. 2004년 '제2의 워런 버핏' 램퍼트 회장이 넘겨받아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온라인으로 단단히 무장한 아마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어스타워도 2009년 금융그룹인 윌리스에 넘어가면서 36년의 명맥이 끊겼다.
시어스를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투자를 늘리고 신유통 기술을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국회는 포퓰리즘에 기대어 태클 걸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에는 대형마트에 이어 아울렛 등에도 강제휴무를 도입하는 등의 규제법안이 여럿 올라있다. 유통규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표를 의식해서다. 유통산업은 일자리의 보고다. 유통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참사를 빚는 일자리도 무너진다. 포퓰리즘 족쇄를 풀지 못하면 한국판 시어스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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