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포트라이트. 혐오로 멍든사회]
<1> 갈등 깊어지는 남녀혐오
거칠어지는 온라인 발언, 혐오 신조어 양산되며 남발 女 "男에게 유리한 사회" 男 "오히려 역차별 받아" 갈등 키우고 고착화 일조
오프라인 성대결로 확산, 홍대모델·곰탕집 판결 논란..거리시위 잇달아 과격 조짐 전문가 "불평등 해결 중요"
<1> 갈등 깊어지는 남녀혐오
거칠어지는 온라인 발언, 혐오 신조어 양산되며 남발 女 "男에게 유리한 사회" 男 "오히려 역차별 받아" 갈등 키우고 고착화 일조
오프라인 성대결로 확산, 홍대모델·곰탕집 판결 논란..거리시위 잇달아 과격 조짐 전문가 "불평등 해결 중요"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혐오로 멍들고 있다. '극혐(극도로 혐오)'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정도로 혐오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혐오 대상도 남녀, 장애인, 난민, 노인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혐오가 단순히 '싫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별, 계층 등 대결구도로 나눠져 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통합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9위였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혐오의 배경과 의미를 들여다보고 문제점과 대책 등을 짚어 보고자 한다.
"꼴페미(꼴통페미니스트)는 무슨 피해의식에 쩔어 사냐?"
"빻은(못된) 짓 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남충(한국남자벌레) 다 재기(자살)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여성, 남성 혐오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남녀 간 갈등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면서 성대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늘어나는 혐오 발언…오프라인 시위로 확산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온라인상 차별·비하정보 심의 건수는 1041건으로 집계됐다. 시정요구 건수도 913건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심의건수 통계를 살펴보면 2014년 861건,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 2017년(1~6월) 1356건 등으로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시정요구 건수도 2014년 705건, 2015년 891건, 2016년 2455건, 2017년(1~6월) 1166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게 '페미나치'(페미니스트+나치), '메퇘지'(메갈리아+돼지)라고 칭하는가 하면 여성은 남성에게 '한남충' '자댕이'(남성 성기 속어)라고 부른다. 남성은 최근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사회라고 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에게 한없이 유리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입장차는 오프라인 시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유출한 피의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속히 검거돼 구속됐다"며 시작된 혜화역 편파판결 규탄 시위는 벌써 다섯 차례 열렸다.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 역시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편파판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성들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여성의 진술만 반영한 편파판결이라고 주장한다. 성추행 피의자로 지목된 A씨 아내가 '법원이 증거가 명확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남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며 글을 올린 뒤 이에 공감하는 남성들이 오는 27일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남혐 없어…관점의 변화" vs "극단적 페미니즘 한계"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소 엇갈린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 혐오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동안 존재했던 남성 중심적 시각을 여성 관점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봤다.
윤김 교수는 "여성 상대 강력범죄가 98%를 차지하는 등 여성혐오는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계속 재생산되는 구조"며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되지 않고 해고되는 일이 벌어지거나 남성들만 상대로 살인, 임금차별 등이 축적되는 경우에만 남성혐오를 말할 수 있지, 현재 남성혐오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야 여성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석하려 하면서 갈등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미러링(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해 적용하는 표현)도 반격의 언어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저자 오세라비 작가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 4년간 페미니즘 열풍이 일면서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혐오로, 지금은 남녀가 갈라져 서로를 혐오하지만 다음은 세대 간 혐오가 될 것"이라며 "여성의 힘이 강해지니까 맹목적으로 페미니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워마드식 극단적 레디컬 페미니즘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그 방식이 혐오스럽다"면서 "극단적인 사회운동은 한계에 봉착하기에 사람들이 곧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남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이라며 "비정규직 문제와 남녀 임금차별 등 실제 작동하는 불평등을 해소해야만 여성이 같은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과잉 대표되는 혐오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포트라이트팀 구자윤 팀장 이진혁 최용준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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