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TV홈쇼핑 업체의 판매수수료는 동네북이었다. 판매수수료가 '갑을 프레임'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납품업체에 대한 홈쇼핑 업체들의 고수수료율이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생소한 장면이 연출됐다. 홈쇼핑 업체들의 판매수수료보다는 홈쇼핑 방송을 송출하는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되는 '송출수수료'에 초점이 맞춰졌다. 골자는 송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판매수수료에 전가되고, 결국에는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엔 '말 못할 고민'이었다. TV홈쇼핑 7개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한 송출수수료가 지난해 기준으로 1조3000억원에 달하고 5년 새 지급 규모가 35%나 급증했지만 생명과도 같은 '전파'를 타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 TV홈쇼핑사가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유료방송사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에는 비인기 채널을 배정받은 사례는 홈쇼핑업계에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홈쇼핑 업체들에 합리적 송출수수료 책정을 위한 기대감을 키우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과도한 송출수수료 발생이 과연 유료방송사만 탓할 문제인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홈쇼핑 업체 간의 과당경쟁이 송출수수료 급증으로 이어진 점도 간과할 수 없어서다. 이른바 '황금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높은 송출수수료를 제안하면서 과당경쟁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한 IPTV 채널은 홈쇼핑 채널이 총 17개이며 10번대 황금채널에만 5개가 포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홈쇼핑 채널을 비슷한 채널대로 묶는 등 홈쇼핑 채널이 황금채널 및 지상파 채널 사이사이에 편성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조만간 유료방송사들과 합리적 송출수수료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라고 한다. 양측의 상생방안 도출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여기에다 홈쇼핑 업계의 공생을 위한 자정노력도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크지 않을까 싶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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