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는 여학생의 치마·바지 교복 선택권 논란
일본·영국 '성 중립 교복 규정' 도입해 실시..학생들의 자기결정권 존중
불편한 교복도 문제..서울시교육청 2020년까지 '편안한 교복' 모든 학교 방침으로 확대
일본·영국 '성 중립 교복 규정' 도입해 실시..학생들의 자기결정권 존중
불편한 교복도 문제..서울시교육청 2020년까지 '편안한 교복' 모든 학교 방침으로 확대
'여학생은 치마, 남학생은 바지' 이 불편한 공식은 언제쯤 깨질까. 2015년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규정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학교의 73%(281교), 고등학교의 59%(189교)만이 여학생에게 교복 바지를 허용한다. 즉 여중생 10명 중 3명, 여고생 10명 중 4명은 불편한 교복 치마를 감수해야만 한다. 교복 치마는 바지보다 활동성이 떨어지며 취할 수 있는 자세에도 제약이 따른다. 여학생들은 추운 겨울에 기모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입어도 다리가 얼얼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대안으로 치마 안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수업을 들을 정도다.
■'시대착오적 복장 규제 없애달라' 여중생의 청원글..외국은 '성 중립 교복 규정' 도입
지난 1월 한 여중생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시대착오적인 복장 규제를 없애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안 내용의 골자는 곧 입학할 고등학교 안내문에 '신체 상 이상이 있는 학생만이 학교장의 허락을 통해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즉, 교복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다리에 장애나 흉터가 있음을 증명한 후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청원인은 학교 측에 이유를 묻자 "여성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오로지 '여성스러움'을 위해 학생들에게 치마 교복을 입기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외부 기관은 ‘권고’만 할 뿐, 교복 규정은 각 학교가 알아서 정하는 게 원칙이다.
여학생의 치마·바지 교복 선택권 논란은 수십년째 지속돼 왔다. 교육부는 2000년도부터 일선 학교에 여학생의 바지 착용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전통, 교칙, 명예 등을 이유로 여학생들에게 바지를 허용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
외국은 이미 학생들이 원하는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본은 성별을 떠나 리본과 넥타이, 바지와 치마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성 중립 교복'을 도입했다. 지난해 3월 뉴질랜드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이 반바지, 긴바지, 퀼로트(여자용 치마바지), 킬트(남자용 짧은 치마), 치마 총 5가지 교복 중 원하는 복장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영국도 120개 이상의 학교에서 '성 중립 교복 규정'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성 중립 교복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고, 성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치마, 바지 여부를 떠나 슬림핏으로 제작된 교복 자체가 불편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교복입원(입자!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 영상에는 학생들이 교복에 불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드러났다. 키 170cm, 가슴둘레 94cm 기준의 여학생 교복은 11세~12세 아동복 사이즈와 비슷했다. 셔츠는 잘 비치는 소재로 여학생들은 항상 하얀색 나시티를 속옷 위에 덧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 하복 상의는 너무 짧아 팔을 들기만 해도 배가 보일 지경이었다.
남학생 교복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한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얇은 셔츠 재질에 안그래도 작은 옷에 하얀색 티를 덧입어야 함은 물론이다. 넥타이와 뻣뻣한 재킷 또한 활동하는 데 답답함을 느끼게끔 한다.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편안하고 활동성이 좋은 교복을 원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편안한 교복' 도입 검토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주문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편안한 교복' 시민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 토론 결과를 토대로 오는 11월쯤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각 학교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교복 규정을 바꾸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까지 '편안한 교복'을 모든 학교 방침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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