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
안보 공백 감수한 감청활동..오히려 靑의 독려
세월호 유가족 불리한 여론 형성 방안도 논의
안보 공백 감수한 감청활동..오히려 靑의 독려
세월호 유가족 불리한 여론 형성 방안도 논의
6일 국방부는 세월호 민간인 사찰과 관련 기무사와 보안연구소 등을 총 8회 압수수색하고 총 110명에 대한 129회 소환조사, 60만개에 달하는 이메일·전자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정권에 불리한 정국이 펼쳐지자 정국의 조기 전환을 위한 출구를 찾고 VIP(박근혜) 지지율 회복 등을 도모하기 위해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세월호 TF는 실종자의 수색포기·세월호 인양포기를 정국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인식, 유가족을 설득하고 압박하기 위해 실종자 가족별 성향을 강경·중도 등으로 파악하고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 불리한 여론형성을 위한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TF는 청와대 등 상부의 관심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세월호 참사 이후 수 회에 걸쳐 청와대 주요 직위자에게 사찰의 실행을 보고하고 후속조치를 취했다. 기무사는 참사 초기부터 참모장을 TF장으로 해 진도와 안산에서 유가족 사찰을 실시했다.
기무사는 여론주도자를 식별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사이버 활동부대는 유가족들의 인터넷 카페활동과 각종 신상을 파악해 보고했다. 또 전 부대적으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향에 대해 수집했고 '실종자 수색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또 전 부대 차원의 정국 관련 제언을 수집했다. 여기에는 ▲세월호 인양비용과 유가족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해 수색·인양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방안 ▲세월호 선주·선장 등의 악행을 부각해 국민의 분노가 이들에게 향하도록 하는 방안, ▲경제전문가를 동원해 세월호 사고가 미치는 경제적 악영향을 보도하게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세월호의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기무사는 불법감청 활동을 포함한 검거활동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감청장비 투입 개시 정보보고 이후 청와대는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다"는 독려를 받은 문건도 확인됐다.
기무사는 유병언 검거에 필요한 감청을 위해 방탐·보안 업무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은신 의심지역에 인력과 장비를 배치한 후 공공기관 무전통신센터부터 항만·공사장·영업소, 개인간 통신까지 무차별적인 감청을 실시, 수백쪽에 달하는 채록문을 TF에 보고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이후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아래 권한을 남용하면서 조직적·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인들을 사찰한 사건"이라면서 "수사는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특수단은 이번 사찰 수사를 맡았던 군검사와 검찰수사관을 잔류시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고 민간인 피의자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공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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