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에 수수료 이익 급감...원금손실 고객 60~70%는 환매대신 보유
#. 직장인 A씨는 연초 한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센터에 1억5000만원을 맡겼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워낙 낮은데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라 전문가에 맡겨 자산을 불려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A씨는 원금에서 1000만원 가량을 잃었다. 주식장이 급락하면서 A씨의 자산도 줄어든 것이다. A씨는 "가입 전 충분히 설명을 들었고 투자성향 테스트도 했지만 막상 큰 돈을 잃고 나니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들고 손실이 나면 수수료를 받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국내외 주식장이 급락하면서 시중은행 PB센터가 '잔인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주식장 호황을 보고 주식형 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입 요청이 쇄도 했지만 과거 수익률을 보고 들어온 고객들이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PB센터에 돈을 맡겼다 원금 손신을 본 고객들의 약 60~70%는 환매 대신 보유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 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증권사 등에 자산을 맡기는 고객보다 원금 보존에 훨씬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팀장은 "요즘 분위기가 매우 힘든건 맞다"면서 "투자성향 테스트를 거치고 사전에 충분히 설명이 됐다 하더라도 원금이 손실된 경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3·4분기 실적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4대 시중은행의 3·4분기 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4곳 모두 평균 10%이상 줄었다. 액수로 보면 2·4분기 4대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1조9900억원이었지만 3·4분기에는 1조7630억원으로 227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4곳의 PB센터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원금 손실을 본 고객들의 약 60~70%가 환매 대신 보유를 선택했다.
A은행 PB센터 팀장은 "과거 금융위기를 경험해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은 지수가 상승해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계속 보유하는 비율이 많다"면서 "위험 회피 고객은 환매 후 국내채권 또는 정기예금으로 재가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고객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메자닌 상품'과 같은 대안 상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메자닌 상품은 주식과 채권 투자의 중간 개념으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른 상품을 권했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B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중국쪽 주식이 워낙 많이 떨어져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볼 것을 권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면서 "투자, 거래 기간이 긴 고객들의 경우 이미 신뢰가 쌓여있어 조언을 드리기도 쉽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C은행 PB센터 관계자는 "현재 증시 낙폭이 심한데다 앞으로 반등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들어 원금 보전 혹은 수익률 상승에 대한 약속을 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이 이럴 수록 피하지말고 꾸준히 고객과 소통해야 신뢰를 키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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