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표면에서도 색변화 가능한 위장막으로 사용 기대
카멜레온이나 문어의 색이 변하듯이, 별도의 염료 없이 스스로 색이 변화하는 전고체 상태의 소재가 개발됐다.
서강대 박정열 교수 연구팀이 전기 자극을 통해 능동적으로 실시간 색이 변하는 전고체 유연 소재를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14일 밝혔다.
카멜레온이나 문어는 피부색을 바꾸기 위해, 피부 속 광결정 구조의 간격을 조절한다. 광결정은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시키는 구조로써, 광결정 구조의 간격에 따라 반사시킨 빛의 색깔이 다르다. 이러한 자연계의 광결정 기반 색변화를 모사하려는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광결정 구조의 색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존 기술들은 전해질, 액정, 용액 등 액체 환경이 필요했다. 이에 플렉서블 형태로 구현하기 어렵고, 외부의 충격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고체로만 이루어진 소재에서 색이 변화하도록 제작해 기존 액체 환경으로 인한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 개발된 소재에는 나노미터 규모의 유전탄성체 기반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도입되어, 전기 자극에 따라 광결정 구조 간의 간격이 제어되면서 색이 변화된다.
유전탄성체는 전기활성고분자(EAP)의 한 종류로서 낮은 경도를 지니기 때문에 높은 변형을 구현할 수 있고, 피로파괴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생체 근육처럼 탄성력과 유연성을 갖고 있어 생체 근육의 움직임을 모사하여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한 구동기를 말한다.
개발된 소재는 빨간색부터 청록색까지 다양한 색상 변화가 가능하다. 또 한번 변화되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히스테리시스 현상이 적고, 장기간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특히 광결정 구조가 유연한 고체 필름 형태로 개발되어, 3차원의 굴곡 표면에서도 거뜬히 능동적인 색변화를 보인다.
박정열 교수는 “이 연구는 고분자 화합물 내 광결정 구조체의 간격을 제어해 능동적으로 색이 변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눈부심 없이 읽을 수 있는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 전자종이(rollable e-paper), 야외 광고게시판, 색을 바꿀 수 있는 자동차나 옷, 군사용 위장막 등 무수한 새로운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광학/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Advanced Optical Materials) 10월 21일 게재되고, 12월 3일 발간될 표지논문(back cover)으로 선정됐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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