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38마리 발견, 울산서는 처음 있는 일
살충제 묻힌 먹이 일부러 주었을 가능성도
살충제 묻힌 먹이 일부러 주었을 가능성도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의 대표적 겨울철새인 까마귀 수 십 마리가 한 꺼 번에 죽은 채 발견돼 관계 당국이 사인조사에 나섰다. 감전 가능성이 매우 낮아 농약 등 독극물에 의한 죽음으로 의심되고 있다.
14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따르면 까마귀떼의 사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0일 오후 3시 30분께 울주군 청량읍 청량천 개산교 일원에서다.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울주군 생태환경과 직원들은 일대에서 폐사한 떼까마귀(Rook) 34마리를 수거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수색을 중단한 직원들은 다음 날 같은 곳에서 4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울산에는 15년 넘게 매년 10만 마리 안팎의 까마귀들이 월동을 위해 날아오고 있지만 집단폐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주군은 야생조류폐사체 신고에 따른 매뉴얼에 따라 총 38마리 중 현장에서 7마리를 대상으로 조류인픞루엔자(AI) 간이 검사를 실시해 음성임을 확인했지만 사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군은 독극물 섭취 또는 감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견 현장 인근에 미나리꽝과 고압송전선로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활동에 나선 까마귀들이 미나리꽝에서 농약 성분을 섭취했거나 또는 죽은 까마귀가 대부분 고압송전선로 밑에서 발견된 만큼 감전사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까마귀가 집단적으로 감전사 한 것은 보고된 적이 없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수의 까마귀가 한꺼번에 죽은 사례도 없었고 특히 울산을 찾는 까마귀들이 야간에 휴식을 취하는 곳도 대부분 고압 송전선로지만 감전사례는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농약 등 독극물에 의한 폐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1월 경주에서 집단폐사한 떼까마귀 86마리의 사체에서 살충제로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검출돼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고의로 까마귀를 죽이기 위해 볍씨 등에 농약을 묻혀 살포하는 것은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 한 범죄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을 분석한 결과 87.5%인 27건(566마리)에서 살충제로 사용되는 농약 14종이 검출됐다.
울주군은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지난 12일 국립환경과학원에 폐사체를 보내 정밀검사를 의뢰했으며 확인까지는 3주가량이 소요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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