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안정세...일본같은 폭락 없다
서울 집값이 2017년 9월 이후 61주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 수 개월간 서울의 집값이 급등한 이유도, 최근 다시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정책의 '공과(功過)'라는 평가다. 정부 정책의 오류로 과거에 급등했고 또 향후 급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어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과열·냉각에 따른 급조한 단기 정책보다 장기적인 부동산 철학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등 반작용, 9·13정책 효과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지나치게 상승한 서울 집값에 대한 시장의 반작용과 9·13종합 부동산대책의 정책 효과를 꼽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기간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으로 인해 구매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번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펴면서 안정적인 서울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더 오르며 급등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13대책 이전까지 서울시의 과도한 집값 상승과 이후 집값의 하락세 모두 정부정책에 기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보유세(종부세) 인상, 재건축 규제 등 연이어 정부 규제가 나왔으나 시장의 예상보다 약해 역효과가 났다"며 "특히 임대사업자 세제 등록 혜택을 주면서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놓고 주택이 거래되지 않으면서 서울 집값이 더 올랐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주택가격 안정화에 대한 정책과 지속의지를 밝히면서 서울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안정세...일본같은 폭락 없다
이미 하락세로 접어든 지방과 전국 아파트 가격처럼 서울도 중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휘정 연구위원은 "9·13대책으로 추석 이후 아파트 거래가 많이 줄어들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12월 3기 신도시 공급 정책의 영향 등으로 서울 지값은 당분간 하락 안정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서울 집값도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서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 중심의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것"이라며 "강남을 제외한 강북 등 저평가된 다른 지역은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의 선호가 있어 상승을 유지하거나 하락폭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나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 도배, 이사 등 연관산업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받는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 가격이 50~60% 이상 폭락한 일본과는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휘정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일본 주택시장을 따라갈거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최근 다른 예측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 도심(서울) 외곽의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지만 한국의 고령층들은 주거, 인프라가 몰려있고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학있는 주택 정책 필요
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철학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재만 교수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부동산 정책보다 거주개념으로서 장기적인 부동산 철학과 사회적인 담론이 필요하다"며 "경제개발협력기구(OCED) 국가의 경우 부동산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세금)이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높은데 우리나라도 보유세 인상을 통해 불로소득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활력패키지 부동산 3법'을 발의한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동자금 1100조원 가량이 저위험 고수익의 부동산 시장에 몰려있다"며 "보유세를 인상시키고 거래세를 인하해 국민들이 살만한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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