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박씨만 국가책임 인정.. 고법 “나머지 3명에도 배상”
국민적 공분을 샀던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3일 김모씨 등 염전노예 피해자 3명이 국가와 전남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각 2000만~3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염전노예사건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민관합동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63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는 5~10년 이상의 장기간 무임금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모씨 등 피해자 8명 2015년 11월 "국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경찰권, 사업장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신안군·완도군은 보호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1인당 3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경찰관에게 부당한 대우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도 묵살당한 박씨에 대해서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않거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김씨 등 3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최씨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 완도군의 책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배상액도 청구액에 못미치는 2000만원만 인정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원심이 뒤집힌 배경으로 2심 과정에서 당시 근로감독관과 사회복지공무원, 경찰관에게 제출받은 서면증언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을 맡은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관계자들에 대한) 서면 증언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조금 더 사실이 밝혀졌고, 그 부분이 항소심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국가배상소송에 있어 피해자 측에서 100%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희가 어느정도 입증한 부분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운건 완도군에 대한 항소는 기각당했다. 당시 사회복지공무원이 해당 피해자를 찾아가 그 사실을 몇 번이나 명단기록에 남겼음에도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은 아쉽다"며 "당사자분과 상의해서 완도군에 대해 상고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했던 피해자분에게 승소 소식을 전했는데, 너무 기뻐하셨다"며 "이 판결이 재판에 참여한 피해자들 뿐만아니라 당시 염전에 계셨던 많은 피해자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장애인 피해자들의 노동력 착취사건이 올해 상반기에만 27건이 발견됐다. 신안 사건 이후 국가가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나름 노력했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중세 노예와 같은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지적 장애인 분들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더 큰 고민하는 판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지적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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