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관계자 "증권규제 기조로 전환"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논의중
내부거래, 시세조종 억제 가능성
【도쿄=최승도 기자】 최근 일본 암호화폐 업계의 화두는 증권법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공개(ICO) 토큰의 증권적 성격을 타진하면서 시장 부정행위 억제를 위해 금융상품거래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논의중
내부거래, 시세조종 억제 가능성
지난 20일 도쿄노드 컨퍼런스에서 일본 온라인 증권사 모넥스그룹 나카가와 요 이사는 "최근 암호화폐 규제가 증권 규제로 전환하는 추세가 있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세탁방지(AML)에 중점을 뒀던 암호화폐 규제가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증권법 쪽으로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면서 요 이사는 "현재 일본 암호화폐거래소는 사실상 금융회사에 가깝기 때문에 증권법 준수로 나아가는 수순이 자연스러우며 이게 현재 추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거래소의 시세 조작, 내부 거래가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금융당국은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해 암호화폐 시장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 금융청 산하 가상통화교환업연구회는 "금융상품거래법이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거래에서 풍문 유포, 시세조종, 내부 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현재 암호화폐 현물거래는 개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거래공간이 있고 가격변동성도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러한 (부정) 행위를 막는 규제는 없다"고 지적했다.
■토큰, 증권 간주될 가능성은
일본 금융당국은 ICO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청 암호화폐 연구회는 12일 회의에서 "투자성격이 있는 ICO 토큰은 유통되는 정도에 따라 공시규제 등 필요한 규제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간 연구회에서는 "ICO도 자본성 자금조달이며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면서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 규제를 참고로 하면서 실태에 맞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투자성이 있는 토큰을 일본 금융상품거래법 상 '간주 유가증권(신탁수익권 등)'인 2항증권으로 봐야할 지, 일반적인 유가증권을 의미하는 '1항증권'으로 봐야할 지 검토할 정도까지 논의가 진전된 바 있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STO(증권형토큰공개)가 사실상 금융당국의 '규격'에 맞춘 ICO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법의 시각에서 ICO 토큰 관련 규제를 마련할수록 STO의 시장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허가영업' 적발은 美보다 앞서
현재 일본 금융당국이 ICO 토큰에 대해 기존법이 아닌 특별 법령을 적용하는 예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지난달 일본 금융청은 자금결제법 87조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협회인 일본가상화폐교환업협회(JVCEA)에 자율규제권을 부여하고 라쿠텐카드, 미쓰이스미토모카드 등이 속해있는 자금결제사업자 협회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신생업계의 적법한 제도권 편입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을 인용하며 탈중앙형 거래소(DEX) '이더델타' 설립자를 무허가 영업으로 기소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일본은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에 이미 마카오 소재 '블록체인 라보라토리'를 금융청에 등록하지 않은 '무등록 금융상품거래업자'로 공표하고 경고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 일본 금융정보업계 종사자는 "일본에서 암호화폐 규제가 자리잡기 전인 시장 초기를 틈타 이익을 많이 본 업체들이 있는 걸로 안다"며 "금융당국은 이런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내년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 암호화폐 관련 의제를 준비 중인 만큼 부정·해킹사고 방지 등 '내부 단속'에 필요한 법률적 틀을 속속 정비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sdc@fnnews.com 최승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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