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자체가 위법하다면 공사시 발생하는 소음이 허용수치 범위 안에 들더라도 인근 주민에 대한 생활방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박모씨 등 통영시 주민 35명이 통영시 등을 상대로 낸 공사금지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은 적법하게 발파공사가 시행되는 경우라면 인근 주민들이 이를 특별히 더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위법하게 채석공사를 하면서 발파를 하는 경우까지 인근 주민들에게 이를 더 감내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이 받는 생활방해 정도가 참을 한도를 넘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참을 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통영시는 북신만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진행하면서 2001년 3월 공사업체를 변경하는 개발행위 변경허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관련부서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의견 수렴절차도 거치지 않은 등 잘못이 드러나자 주민들이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2003년 4월 "통영시장이 관련 법 규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잠탈한 채 편법을 써서 채석허가의 실질을 가진 개발행위변경허가처분을 내렸다"며 처분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통영시가 소송결과에 따라 공사를 중지한 채 시간을 보내다 2010년 공사부지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공사를 시작하자 박씨 등은 공사소음 등으로 생활방해를 받았다며 공사 중지 소송을 냈다. 박씨 등은 복구공사 역시 협의절차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는 행정소송을 내는 대신 공사소음으로 자기 주거에 대한 물권을 침해당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1·2심은 "소음방지막을 설치하면 공사소음이 규제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아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를 넘지 않는다"며 통영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법한 공사에서는 공사소음이 허용수치더라도 주민들이 감내할 이유가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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