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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속도조절 신호] "美 금리, 중립 바로 아래" 파월의 변신에 세계증시 환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9 17:23

수정 2018.11.29 17:23

"중립 멀었다"던 연준 의장 뉴욕 강연서 비둘기파 발언
트럼프 거세지는 압박에..호황 끝자락 분석도 힘실어
애널들은 "바뀐 것 없다" 여전히 금리인상에 무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 신호] "美 금리, 중립 바로 아래" 파월의 변신에 세계증시 환호

【 서울·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중립 수준의 바로 아래"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단 두 마디가 주식을 뛰게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이 두 마디가 시장을 환호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적어도 당분간은 중단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급등했고, 뉴욕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이달 들어 까먹은 손실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이 들떠 환호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이 실제로는 이전 발언과 기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속도 늦춰질 것" 시장 환호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에 따르면 파월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강연을 통해 "금리는 역사적 기준에 의하면 여전히 낮다"며 "금리는 경제에 중립적인, 즉 성장을 가속화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수준으로 추산되는 폭넓은 범위의 바로 아래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의 이 같은 발언은 중립 금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던 그의 10월 초 코멘트와 크게 달라진 것이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은 즉각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들떴다. 더욱이 파월 의장이 정치적으로 금리인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경제흐름 역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섣불리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트럼프는 27일자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중국보다도 훨씬 더 골칫거리"라고 공격했다. 미 경제 사정도 연준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10년 장기호황 끝자락에 접어든 모습이 감지된다. 자동차 제조업, 농업, 주택부문을 포함해 경제 일부에서 둔화 기미가 나타나면서 이제 호황도 끝물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상무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엘런 휴즈-크룸윅 미시간대 에너지연구소 부소장은 "10년 호황에 일부 둔화가 감지된다"면서 "자동차 경기는 정점을 찍었고, 주택경기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들은 파월의 뉴욕 경제클럽 강연은 지난 2월 그의 연준 의장 취임 이후 연준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짐 크레이머 CNBC방송 진행자는 "파월은 글로벌 성장 둔화를 목격하고 있으며 성장 둔화가 우리에게 피해를 줄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그의 견해가 아주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바뀐 것 없다" 경계도 여전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다면서 파월의 연설 어디에서도 그가 통화정책 궤도를 바꾸려 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소폭 다르다. 일부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제는 탄탄하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평가다.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분기 3.5%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현재 3.7%로 반세기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임 재닛 옐런 의장이 늘 수수께끼라고 말했던 호황 속의 낮은 인플레이션도 해결돼 올 들어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위험대출 증가와 같은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도 증가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클럽 연설에서 이를 실제로 강조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올 1·4분기 미 기업들의 부채 총액은 29조600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대출이 정점을 찍으면 경기침체가 뒤따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길한 징조로 볼 수 있다.

기업의 대출 증가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지적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부담 증가에 방점이 찍힌다면 속도조절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경제가 탄탄하다는 판단을 토대로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면 금리 고삐를 죄어 위험한 행태를 억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월은 이날 연설에서 후자로 기운 듯한 모습이다.
그는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통제되고 있으며 어떤 위험도 가시권에 들어서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리인상에 관해서도 그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것이 경계론자들의 주장이다.


다음달 18~19일 올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 금리인상 속도는 결국 다음달 회의가 지나봐야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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