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유럽연합, 국제 결제 시장의 美 달러 패권에 도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4 15:48

수정 2018.12.04 15:48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유로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1유로 동전 모형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유로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1유로 동전 모형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이 국제 결제시장에서 달러를 몰아내고 유로를 띄우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로 했다. EU는 유로를 기축통화중에 으뜸으로 만들어 무역 갈등과 이란 제재 등 미국과 마찰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여러 세력으로 갈라진 국제 질서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유로 유통 증진안의 초안을 입수했다며 EU가 이를 5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EU는 국제 에너지·상품 거래, 항공기 제조 분야같은 "전략적인 영역"에서 유로 사용을 늘리고 유로가 "보다 강력한 국제적 역할"을 맡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안에서 EU는 우선 각국 정부가 에너지 관련 계약을 할 때 지불 수단을 유로로 하도록 정치적인 압박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유로 기반의 금융 거래를 장려하고 유로 결제시스템 발전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는 일부 파생상품들에 유로 중심 청산소 이용을 강제해 유로 표시 증권의 유동성을 조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럽과 인접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로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려 할 경우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EU는 이러한 대책을 통해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서 "유로의 정치적, 경제적, 금융적 무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가 적극적으로 유로 홍보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EU는 초안에서 달러가 "파생상품 거래에서 지배적인 위치가 됐다"며 "최근 국제적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관리체계와 무역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무역 불균형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양측은 미국이 지난 5월에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자 더욱 극명하게 대립했다. 미국은 지난 2015년에 EU 주요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 억제와 국제적인 이란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에 성공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이를 독단으로 탈퇴하고 2개 단계에 걸쳐 제재를 복원했다.
그 결과 미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체계를 이용해야 하는 EU 기업들 역시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현재 EU의 에너지수입 80% 이상은 달러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EU 측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이란과 거래를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어느 회원국이 이를 주도할 지 불확실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