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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산타클로스의 덕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5 17:06

수정 2018.12.05 17:06

[fn논단] 산타클로스의 덕목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018년을 브라우징해보니 떠오르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여배우 한사람이 일년 내내 내 삶의 시공간을 들락거리며 짜증스러운 층간소음을 일으켰다. 영화배우가 본업인 영화가 아닌 일로 이렇게 긴 기간 대중들의 앞길에서 걸리적거린 적은 없었다. 현대인은 미디어에 포위된 존재다.
눈과 귀를 막아도 방송과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을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나는 대중 연예인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산타클로스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대중 앞에 나타나 웃음과 위로를 선물하는 존재다. 신산한 삶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불씨까지 제공하는 귀한 직업인이다.

지금 한국에는 연예인 지망생이 1000만이 넘는다고 한다. 대여섯집 건너 한 집에 연예인을 꿈꾸는 청춘들이 있는 꼴이다. 한국의 스타가 곧 아시아의 스타가 되는 시대, 뜨거운 열정과 멋진 재능을 품은 청년들이 대중예술인이 되려는 것을 결코 나쁜 눈으로 볼 일이 아니다.

삶이 팍팍할수록 보통사람과 연예인의 관계는 더 강하게 연결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 정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멋진 행동은 세상을 더 뜨겁게 희열시키고, 흉한 행위는 더 역하게 세상을 뒤덮는다. 영화배우 하정우의 걷는 습관은 걷기열풍을 일으키고, 홍콩 배우 장국영의 8100억원 기부는 전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던진다.

하지만 멋진 직업일수록 갖추어야 할 덕목도 많다. 배우나 가수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 외에 부단한 노력으로 자기만의 필살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온갖 유혹을 외면할 줄 아는 지혜와 극기심도 길러야 한다. 인기란 헹가래를 받는 일이다. 헹가래 치던 자들이 그 행위를 멈추는 순간, 주인공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광과 치욕, 업 앤드 다운(UP &DOWN)은 한순간에 교차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산타가 눈썰매를 달리는 비탈길은 곳곳이 사고다발구역이고, 선물보따리를 매고 굴뚝을 통과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 따른다.

연예인의 길도 마찬가지다. 길목길목 재능 보따리와 화려함을 뺏으려는 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오셀로를 이간질하는 이아고처럼 온갖 유형의 악당들이 숨어서 기회를 엿본다.

특히 올 한 해 우리는 수많은 연예인이 '미투'로 창졸간에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주변에 성스러운 산타의 길을 가려는 피 끓는 청춘이 있다면 전해주시기 바란다.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를 노리는 이아고와 메피스토펠레스는 뒷골목에만 있지 않다.
자신 속에 숨어있는 메피스토펠레스가 더 위험천만이다.

이응진 한국드라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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