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 예일대 야구부 주장..2년 연속 대학 월드시리즈 진출
美대통령 최초 직접 마운드 시구..아들 부시는 텍사스 구단주 지내
지난해 WS서 마지막 야구장 동행
美대통령 최초 직접 마운드 시구..아들 부시는 텍사스 구단주 지내
지난해 WS서 마지막 야구장 동행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이 5일(이하 현지시간) 행해졌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을 역임한 부시 전 대통령은 흔히 '아버지 부시'로 불린다. 역시 대통령(43대)을 지낸 그의 아들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는 모두 야구광이다.
아버지 부시는 예일대 야구 선수 출신이고, 아들 부시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지냈다. 아버지 부시는 예일대의 1루수 겸 주장이었다. 1947년과 1948년 2년 연속 예일대를 대학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 올려놓았다.
두 번 모두 캘리포니아대학(UC)과 남부캘리포니아대학(USC)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1947년엔 나중에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며 무려 67년 동안 다저스 경기를 중계 방송한 빈 스컬리가 속한 팀과 경기를 갖기도 했다. 부시의 예일대가 스컬리의 포드햄 대학을 3-1로 물리쳤다.
미국 대학야구 기구 통계에 따르면 부시는 대학시절 76경기에 출전해 홈런 1개와 28타점, 타율 2할2푼4리를 기록했다. 당시 성적으론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부시는 대학시절 사용하던 1루수 미트를 대통령 재임 시 백악관 집무실 서랍에 고이 모셔 두었다.
그는 1989년 4월 4일 볼티모어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식 시구자로 나서 이 미트를 착용했다. 1910년부터 이어진 미국 대통령들의 메이저리그 시구 방식을 깨트리고 직접 마운드에 올라 포수에게 공을 던졌다.
이전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관중석에서 그라운드의 선수에게 공을 토스해주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마운드에서 직접 시구를 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던 만 60세의 부시는 1984년 메이저리그 OB팀과의 경기에 출전해 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아들 부시는 1989년 투자단을 조직해 억만장자 에디 차일즈로부터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을 사들였다. 매입 가격은 8900만달러(약 1000억원). 구단주에 취임한 아들 부시는 1994년 1억9300만달러(약 2200억원)를 들여 새 야구장을 건설했다.
이는 당시까지 지어진 전 세계 야구장 가운데 가장 비싼 건축비였다. 새 야구장이 위치한 알링턴 주민들은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보수주의자인 아들 부시는 "야구는 뙤약볕 아래서 봐야 제맛"이라는 신조를 내세워 돔 구장을 거부하고 지붕 없는 야구장을 건설하게 했다.
40도가 넘는 텍사스의 여름 더위에 관중들이 힘들어하자 결국 텍사스 구단과 알링턴시는 2020년을 목표로 12억5000만달러를 들여 새 돔 구장을 짓고 있다. 아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로 당선된 1994년 구단주에서 물러났다.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는 지난해 휴스턴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 나란히 참석했다. 아버지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였다.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시구이자 마지막 야구장 나들이였다.
아버지 부시의 국장에는 전직 대통령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했다. 어떤 정치적 견해도 허용되지 않았다. 오로지 한 인간의 품격과 위엄만 빛났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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