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서울대 청년 창업가 "ICO 전면금지는 법치주의 위반"…헌법소원 청구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6 14:57

수정 2018.12.06 15:35

블록체인 스타트업 프레스토 "'다이코' 등의 기술로 투자자 보호 가능"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공개(ICO)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결과가 나온 뒤, 다음달(11월)에는 정부 입장을 어느 정도 형성하려고 한다.” -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10월 국정감사 中)

“(ICO 허용 여부 관련) 시장 상황, 국제논의 동향,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의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관계기관과 향후 ICO 대응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12월 인사청문회 답변서 中)

정부가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란 엄포를 놓은 후, 1년 넘게 관련 정책 수립을 방치한 것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확한 근거 법령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의 입장 발표만으로 ICO를 금지한 것은 법치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프레스토 강경원 대표가 6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ICO 전면금지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프레스토
프레스토 강경원 대표가 6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ICO 전면금지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프레스토

■"ICO 전면금지는 법치·과잉금지원칙에 위반"
서울대 출신 청년 창업가가 세운 블록체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프레스토는 6일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모든 형태의 ICO에 대해 전면적으로 금지한 조치는 법치주의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회의 현장에서 “정부의 상당수 규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민간 기업이 국가가 허락해 준 사업만 하는 건 ‘혁신성장’이란 정책기조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프레스토 강경원 대표는 “사업 초기에 해외법인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사업을 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정부가 후속 조치를 통하여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란 믿음으로 국내에서 규정을 준수하며 연구개발 및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하지만 ICO 전면금지조치 후 행정부와 입법부(국회)가 입법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이어 “사업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ICO 전면금지조치와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확인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ICO 단계적 허용, '다이코' 등 대안모색 시급
프레스토는 정부의 ICO 전면금지조치는 법률 근거 없이 △직업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과학기술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대리인은 대한변호사협회 블록체인 태스크포스팀(TF) 간사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광화)가 맡았다.

또한 정부가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는 ICO에 대한 자본시장법 적용이나 암호화폐(가상통화) 성격을 분류해 단계적으로 규제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프레스토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제안한 ‘다이코(DAO+ICO)’ 모델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ICO에서는 투자자가 한번 투자한 뒤에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다이코를 통해 모인 자금은 해당 토큰(암호화폐)을 보유한 투자자의 투표결과에 따라 집행여부를 결정하거나 투자취소(자금회수)까지 할 수 있다. 즉 다이코는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 우려과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 위축 사이에서 겪고 있는 ‘정책 딜레마’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프레스토 측은 “정부의 ICO 전면금지는 기업공개(IPO)와 크라우드펀딩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비교해도 자의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조치”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ICO 업체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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