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페 창업 1년 반, 정연 씨가 최저임금도 못 버는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2 08:00

수정 2018.12.12 09:25

정연 씨 "주 6일에 하루 11시간씩 일해도 월 150 벌기 어려워"
10평 남짓 가게서 원가 645원 아메리카노 51잔 팔아야…
전문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카페 성공, 10명에 1~2명"
서울 여의도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여의도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나도 회사 그만두고 이런 카페나 차리고 싶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붐비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에게 이런 투정 섞인 농담은 낯설지 않다.

주요 도심엔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부터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1인 카페까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지난 10월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의 왓츠넥스트(What's Next) 그룹이 진행한 '커피 소비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일주일 평균 소비하는 커피양은 무려 9.3잔.

그렇다면 카페를 차리는 일은 그만큼 쉬운 일일까?

■ 창업비용으로 7천만원, 주 6일에 하루 11시간씩 일하는데…

김정연(가명) 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종로구 한 주택가에 약 10평짜리 작은 카페를 열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70만원. 창업비용으로 총 7천만원이 들었다.

카페를 시작하기 3개월 전부터 약 300만원을 투자해 바리스타 교육과 창업 컨설턴트를 받았다.
인테리어와 공사 비용은 약 5천만원. 원래 슈퍼였던 자리를 뜯어 공사를 시작했고 커피머신과 냉장고, 제빙기, 가구 등을 구입하는데 약 1200만원을 더 썼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정연 씨에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침 개업한 9월은 날씨가 더워서 손님이 제법 있었고, 주변 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자신감은 머지않아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자리를 잡으면 오를 거라 생각했던 매출은 지지부진했다. 개업 3개월이 지나고 날씨가 서늘해지자 손님은 더 줄었다.

아르바이트를 쓸 여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카페를 혼자 운영하는 정연 씨는 주 6일로 하루에 11시간씩 근무하는데 본인 인건비로 최저임금조차 챙기지 못했다.

서울시 종로구 한 주택가에 위치한 정연 씨네 카페.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시 종로구 한 주택가에 위치한 정연 씨네 카페. [사진=윤홍집 기자]

■ "한 달 수입 150만원도 안 돼요…직장인이 부럽습니다"

정연 씨는 왜 최저임금도 벌지 못했을까? 계산해보면 이렇다.

2018년 현재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11시간 근무하는 정연 씨는 하루 8만2830원을 벌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쉬고 하루 11시간씩 일해도 한달에 215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정연 씨네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3천원이다. 1만6500원에 산 500g짜리 원두를 17g 투샷으로 추출해 약 29잔의 아메리카노를 만든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 값은 약 570원으로, 컵과 홀더, 빨대 등에 들어가는 비용 약 75원을 더하면 원재료 값은 645원이 된다.

카페 한달 유지비는 약 97만 2천원이다. 한달 월세 70만원에 전기세 약 15만원을 더하고 수도세, 방역비, 인터넷 비, 포스기 임대료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 금액을 한달 영업일인 26으로 나누면 약 3만 7천원이라는 하루 유지비가 나온다.

카페 창업 1년 반, 정연 씨가 최저임금도 못 버는 이유는?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하루 임금에 하루 유지비를 더하면 11만 9830원이 된다. 즉, 12만원 이상 순이익을 거뒀을 때 정연 씨는 자신의 인건비를 최저시급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하루 12만원의 순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51잔의 아메리카노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메리카노만 판매하는 건 아니지만, 아메리카노의 비중은 매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정연 씨가 매출 10만원을 넘기는 날은 일주일에 손에 꼽힐 정도다. 순이익 12만원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아메리카노 51잔을 팔아야 최저임금을 남길 수 있는 현실에서 정연 씨는 매일 반토막 벌이를 하고 있다. 정연 씨가 최저시급도 벌 수 없는 이유다.

정연 씨는 "번화가에 카페 차릴 여유가 없어서 주택가에서 시작했는데 월세가 싼 대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며 "알바는커녕 혼자서도 버티기 쉽지 않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포스기 앞에서 때우고 화장실도 맘편히 못 간다. 이렇게 일해도 한달에 수입은 150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 내뱉었다.

이어 "여름은 좀 괜찮은데 날씨가 추운 겨울에 매출이 심각하다. 지난 주말엔 상수도까지 동파돼 난리였다"며 "회사 그만둔 지 약 2년이 지났는데 요새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 부럽다"고 하소연했다.

■ 창업 전문가 "성공은 20% 남짓…3~4일 매출로 임대료 지불할 수 있어야"

카페를 열고서 이런 고충을 겪는 건 정연 씨만의 일이 아니다.

바리스타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커피 학원의 관계자는 "창업 성공 가능성은 약 20%"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학원에서 경험한 바로는 10명 중에 1~2명 정도가 잘 되고 나머지는 굉장히 힘들다"며 "경기가 안 좋고 부동산 임대료도 높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건비도 내년부턴 8350원으로 상승해서 2년 동안 2천원 정도가 올라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평균 수치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카페를 창업하시는 분들은 임대료나 인건비를 잘 고려해서 준비하는 게 중요한데 순익분기점에 대한 철저한 계산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3~4일 매출로 한달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안정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 매출이 만약 1천만원이라고 할 때 임대료는 10~15%가 나가야 하고 재료비로는 약 30%를 잡는다"며 "여기에 기타 비용을 집어 넣으면 본인에게 남는 수익은 약 30% 밖에 안 되는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적정 원두 금액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원두 값은 500g에 1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다양하다"며 "만약 커피가 한잔에 3천원이라면 원가는 600~800원 사이가 적당하다.
박리다매든 후리소매든 지향점을 잘 잡고 자신에게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세우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