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에 나와 마리화나를 피운 것도 그 즈음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의 아이콘'에서 기행을 일삼는 돈키호테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게 '혁신 DNA'인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그는 로스앤젤레스(LA) 지하 교통터널 '루프'를 공개했다. 미디어 관계자들은 이날 LA 남부 호손에서 LA국제공항(LAX) 쪽으로 1.14마일(1.83㎞)에 걸쳐 지름 3.65m인 루프를 체험했다. 테슬라 모델 X를 타고 지하 9m 땅속으로 내려간 탑승자들은 터널을 단 3분 만에 통과했다.
미국 언론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LA타임스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터널의 끝에는 한 줄기 빛이 있었다"고 호평했다. 안전성이나 속도 등 당장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에 기대를 건 셈이다. 이번 실험이 진공상태의 터널 속을 초음속급 속도로 달리는 '하이퍼 루프' 계획의 전초전일 뿐이라며.
머스크는 어릴 적부터 '상상도사'였다. 도로 위의 전기차, 지하의 하이퍼 루프, 우주의 스페이스X 로켓 등 그의 프로젝트들 모두 그 산물이다. 물론 "화성에 도시를 세우겠다"는 등 그의 비전들을 허황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천재와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의학자들도 있다. 정신분열증을 겪은 수학자 존 내시가 노벨경제학상을 탔듯이. 머스크가 2028년까지 완성하겠다는 '하이퍼 루프'는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세운 전문기업의 터널굴착기 '고도'(Godot)는 벌써 굴착비를 종전의 10분의 1로 줄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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