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증시 폭락 키운 므누신도 '해임 위기'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5 17:31

수정 2018.12.25 19:55

스티브 므누신.로이터연합.
스티브 므누신.로이터연합.
연일 '뉴욕증시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자충수'를 둔 모양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 나섰다가 오히려 '당국이 개입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효과를 낳은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의 업무능력에 불만을 품고 해임을 고심중이며 므누신 장관의 운명은 증시 추가 하락 여부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전날 주요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통화한 뒤 "유동성에 문제 없다"는 내용의 재무부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24일에는 컨퍼런스콜 방식으로 '대통령 워킹그룹'을 소집했다. 워킹그룹이 마지막으로 소집된 것은 10년 전인 금융위기 당시였다. CBS방송은"므누신 장관이 워킹그룹을 소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므누신 장관이 이틀 연속 시장 불안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당장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통상 '산타랠리 훈풍'이 부는 크리스마스이브 기준으로는 역대 최악의 낙폭이었다.

므누신 장관의 의도와 다른 폭락 장세가 또다시 연출된 이유는 "그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미국 은행 건전성까지 우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CNN는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23일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6대 은행 CEO들과 통화한 뒤 이례적으로 재무부 성명을 내 "CEO들이 소비자, 기업 시장 등에 대한 대출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은행 유동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을 더욱 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코웬앤드코의 재럿 세이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는 재무부가 시장이 놓치고 있는 문제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므누신 장관은 미 최대 은행들과 통화한 것도 모자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든 금융당국과 얘기했다"며 "이같은 유형의 발표가 건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무부가 피하고 싶어하는 극심한 공포를 오히려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도 24일 성명을 내고 므누신 장관의 행동이 "엉뚱하다"고 비난했다. 워터스 위원장은 "금융시장은 확실성 및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세울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최근 대통령과 재무장관의 행동은 엉뚱하고 시장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문제를 묻는 므누신 장관의 전화에 6대 은행 CEO들 역시 "완전히 당황"했으며 이같은 접촉이 "곤혹스럽고 불필요하다"고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므누신 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므누신 장관이 시장 안정을 위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증시 폭락 역시 재무부팀이 투자자들에게 미 경제 건전성을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의 해임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므누신 장관의 미래는 뉴욕증시가 계속 하락할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