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에 존재하는 도파민의 뛰어난 표면 접착 특성을 모사한 기술 활용
극한 테스트 검증, 전해질막 개선으로 수명·성능 향상된 수소연료전지 구현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가 주목받으면서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의 성능 향상에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홍합 모사기술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극한 테스트 검증, 전해질막 개선으로 수명·성능 향상된 수소연료전지 구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김진영 박사팀은 바다생물인 홍합에 존재하는 도파민(dopamine)의 뛰어난 표면 접착 특성을 활용, 수소이온전도도와 전해질막의 기계적 내구성을 동시에 개선한 강화복합 전해질막 수소연료전지를 구현했다고 26일 밝혔다.
수소전기차의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는 대기 중 산소와 수소 기체를 연료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물만 남게 되는 친환경 에너지 동력원이다. 이러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 이온을 전달하고 양 전극을 분리하는 전해질막의 내구성이 연료전지의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KIST 연구팀은 홍합의 접착 원리에서 연료전지용 고분자 전해질막의 내구성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찾았다. 이어 폴리도파민(polydopamine)* 중합반응을 통해 다공성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지지체에 코팅하고, 여기에 수소이온 전도성을 갖는 과불소계술폰산(PFSA) 고분자가 스며든 형태(함침(含浸), impregnation)의 강화복합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폴리도파민은 홍합의 접착 단백질 성분인 도파민 단량체의 고분자 형태를 말한다.
강화복합 전해질막은 얇은 막으로 인해 수소이온 전도도와 기계적 내구성이 향상된 형태의 전해질막이다. 하지만 극소수성을 갖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에 과불소계술폰산(PFSA) 중합체(이오노머*)를 조밀하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어렵고, 막의 두께가 얇아 전해질 고분자가 분해되어 기체가 막을 투과하는 현상이 쉽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다.
이오노머는 체인 요소 간에는 공유 결합을, 체인 간에는 이온 결합을 가진 중합체를 말한다.
KIST 연구진은 강화복합 고분자 전해질막에 표면 처리한 폴리도파민에 극소수성의 PTFE 표면을 친수성으로 개질시켜 친수성 이오노머를 쉽게 스며들게 하고, 고분자의 경계면에서 발생하던 균열이나 기공도 크게 줄였다. 또 전해질 막의 화학적 열화를 막아주는 산화방지제인 세륨(Ce) 성분이 지지체 표면에 결착되어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높여 안정적 구동이 가능하게 했다.
KIST 연구진은 개발한 강화복합 전해질막 기반 연료전지를 극한의 조건에서 가속 수명시험을 수행한 결과, 기존 전해질막을 사용한 연료전지에 비해 5,000회 이상의 습도 변화(상대습도 100%와 0%를 반복) 후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수명 특성을 확인했다. 또 가속 수명시험 후 기존 전해질막은 두께가 70%가량 줄어들고 표면에 많은 손상이 발생했지만, 폴리도파민 전해질막은 두께가 97% 이상 유지되고 표면상태도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김진영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계 물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 현상을 모사한 기술로 기존 산업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했다”면서 “향후 수소연료전지의 성능 향상을 이끌고 강화복합 고분자 형태의 전해질막을 활용하는 다양한 응용 분야 발전에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과 글로벌프런티어 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13.325, JCR 상위분야 3.767 %)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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