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를 통해 85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조사를 이어갈 건강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27일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하고,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전 임원 A씨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현재 조사가 불가능한 건강 상태인 점을 고려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 일가의 주택 공사비용 33억원을 삼성물산의 법인자금으로 대납한 횡령 혐의를 받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원 2명과 직원 1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과 A씨는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차명계좌 480여개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면서 2007∼2010년 이 회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 85억5700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차명주주들에게 주식을 분산해 대주주인 이 회장에게만 부과되는 주식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면탈한 것으로 봤다.
경찰 조사 당시 차명계좌는 222개로 조사됐지만,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260개의 차명계좌를 더 발견했다. 이 때문에 기소된 포탈액 역시 경찰 수사 때보다 13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추가로 발견한 260개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양도액 중 3259억원은 2006년 12월 이전 양도가 이뤄져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앞서 경찰은 배당금과 이자에 대해 종합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을 전제로 종합소득세를 포탈액에 포함시켜 검찰에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은 배당금과 이자에 대해서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종합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 이번 기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르면 이자 및 배당으로 인한 소득세는 종합소득과세표준의 계산에 포함하지 않도록 돼있다.
한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이 회장 일가의 주택 공사 비용 3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전무 B씨와 삼성물산 부장 C씨, 삼성물산 상무 D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마치 삼성물산이 도급을 준 것처럼 가장해 삼성물산 자금으로 이건희 회장 일가 주택 공사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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