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철새 촬영에 돌멩이 동원?..."어긋난 탐조, 이제 그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1 13:53

수정 2019.01.02 14:12

-생태관광 뜨는데 철새 보는 탐조문화 미숙 
-드론 띄우고...돌 던지고, 서식지 접근 AI 위험 
-새와 함께 호흡...조용히, 거리를 두고 
대표적인 겨울 철새, 큰 기러기. 겨울 철새는 러시아, 몽골 등 고위도 지역에서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한반도를 찾는다./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대표적인 겨울 철새, 큰 기러기. 겨울 철새는 러시아, 몽골 등 고위도 지역에서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한반도를 찾는다./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싸라기눈이 뿌려진 들판에 두루미 떼가 서있다. 세상 가장 고요한 순간 돌멩이가 날아든다. 새들이 놀라 하늘로 솟구치면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두루미가 한 번 날면 쌀알 300개를 먹은 열량이 소모된다"며 "사진 촬영을 위해 철새에게 돌은 던지는 건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탐조(探鳥·자연 상태의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즐기는 행위) 문화가 어긋난다.
겨울 철새를 만나는 생태관광이 인기를 끌지만 일부 도를 넘은 행동이 새들을 위협한다. 환경단체는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탐조문화를 위해 주의를 당부했다.

■생태관광...탐조문화 잘 정착해야
12월 31일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지역은 총 26개다. 2018년에만 여섯 군데가 추가 지정됐다. 생태관광지역은 2013년 처음 도입했다. 철원 DMZ, 창녕 우포늪 등 생태관광지역에선 철새를 만나는 여행을 적극 홍보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철새탐조 생태관광 활성화 사업 추진해 5개소를 열었다.

문제는 일부 관광객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날아가는 새를 보기 위해 돌은 던지거나 소리를 지른다. 동영상 촬영을 위해 드론을 띄운다. 서식지에 가깝게 접근하기도 한다. 탐조 관광업체 에코버드 이병우 대표는 “인적 드문 야생에서 한 명은 새를 날리고 한명은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환경부 차원에서 캠페인을 강력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환경부는 2012년 ‘철새 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뚜렷한 탐조문화 캠페인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차원에서도 성숙한 문화를 당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탐방로에서 벗어나 무단으로 새에게 접근하는 건 탐조 에티켓에도 어긋나고 방역 차원에서도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경기도 팔당에서 큰고니가 드론을 피하려고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들이 한 번 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한다./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지난 1월 경기도 팔당에서 큰고니가 드론을 피하려고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들이 한 번 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한다./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새 관찰 때는 조용, 화려한 옷 피해야
국내 새 522종 중 철새가 약 90%가 넘는다. 겨울 철새는 러시아, 몽골 등 고위도 지역에서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한반도를 찾는다. 봄여름께 부화된 새끼도 함께 온다. 월동 중에는 에너지를 아끼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날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일부러 겁주는 건 날개에 들어갈 힘을 꺾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야생보호조류협회는 ‘새 관찰 수칙’을 만들었다.

새는 민감하기 때문에 조용히 해야 한다. 눈에 띄는 화려한 옷도 피해야 한다. 함께 움직이는 인원은 5명 이하가 적당하다. 산새류는 20m, 물새류는 50m 이상 떨어지는 게 좋다. 쌍안경을 준비하는 게 방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허위행 연구관은 “한 해 평균 철새가 144만 마리 관찰되는데 이중 80%가 겨울 철새다. 번식을 준비하는 중요시기다”며 “사람에게 방해를 받으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탐조 방법은 새와 서식지에 대한 훼손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서 만든 새 관찰 수칙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서 만든 새 관찰 수칙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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