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전 공사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외교관들에게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제목으로 “나의 친구 조성길에게!”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글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이 글에서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너에게 보내는 장편의 편지를 올린다”며 “자네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 들어가 자네 가족 소식부터 알아 본다”고 전했다.
그는 조 대사대리와의 지난날 추억을 회상하며 “애들도 ‘성길 아저씨네 가족이 서울로 오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자네가 미국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니, 이게 웬 말인가?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외교관으로서 나나 자네가 남은 여생에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통일된 강토를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 주는 것이 아니겠냐”며 “서울에서 나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몸 담구었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조 대사대리가 한국으로 망명한다면 철저한 신변 보호는 물론, 주거, 직업, 자녀교육 등 모든 것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민족의 한 구성원이며 북한 외교관이였던 나나 자네에게 있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며 “서울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다! 상봉의 그날을 고대한다”고 글을 맺었다.
앞서 이탈리아 최대 유력 일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4일(현지시간) “조 대사대리가 우리 정보국에 경호와 지원을 요청했으며 미국에 망명 요청을 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편지 <전문>
[조성길에게 보내는 편지]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나의 친구 조성길에게 !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너에게 보내는 장편의 편지를 올린다.
우리가 평양에서 헤여진지도 어엿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자네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 들어가 자네 가족 소식부터 알아 보네.
애들과 집 사람은 자네 소식이 나올 때마다 2008년 1월 우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떄 자네가 우리 애들을 로마시내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데리고 가 하나 하나 설명해주던 때를 추억하네.
애들도 ‘성길 아저씨네 가족이 서울로 오면 좋겠다’고 하네.
그런데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자네가 미국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니, 이게 웬 말인가 ?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네.
나나 자네는 북한에서 아이 때부터 애국주의교양만 받고 자랐네.
지금 와서 돌의켜 보면 우리가 배운 애국주의에는 우리 민족의 미래나 번영은 없고 오직 김씨가문을 위한 총폭탄정신 뿐이였네.
나는 50대에 이르러서야 내가 평생 바라던 진정한 애국주의는 바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나의 조국도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
우리의 조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지금 자네도 선뜻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걸세.
그러나 북한에서 평생 개인의 운명 보다 민족의 운명, 개인의 행복 보다 민족의 번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교육 받은 자네나 내가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민족의 운명, 민족의 번영은 어느 쪽에 있는가를 심중히 생각해 보아야 하네.
나는 오래 동안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실지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네.
내가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나를 정당화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70여전 까지만 해도 락후한 식민지였던 나라가 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가 한국 말고 세상에 어디 있는가?
물론 한국은 지상천국은 아닐세.
그러나 한국은 나나 자네가 자기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수 있는 곳이네.
북한을 떠나면 제일 그리운 것이 사람이네.
그런데 서울에 와 보니 나와 자네가 다닌 평양외국어학원 동문들이 생각보다 꽤 많네.
명절이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평양외국어학원을 다니던 때를 추억하네.
한국에는 3만여명의 탈북민들이 있네.
탈북민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랑만적으로 살아가고 있네.
어제 밤에도 수십명의 탈북 단체장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통일을 앞당길수 있을가 열띤 논쟁을 했네.
자유민주주의체제여서 ‘백두수호대’나 ‘태영호 체포결사’대 같은 극좌적인 조직들도 있지만 그런 조직들은 극소수이고 진정으로 민족의 운명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북한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조직들이 수십개나 되네.
수백만의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의 꿈을 꾸며 통일의 대오에 합류하고 있네.
나도 매주 ‘남북동행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북에서 온 대학생들을 한데 모아 놓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문제들을 토론하네.
지난 12월 29일에는 남북한 대학생들이 함꼐 곤지암 스키장에 가서 스키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네.
한마디로 서울은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네.
북한 외교관으로서 나나 자네가 남은 여생에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통일된 강토를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 주는 것이 아니겠나.
서울에서 나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몸 담구었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하네.
한국으로 오면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여러 명이 경호원이 밀착 경호를 하네.
국민의 혈세를 내가 너무 쓰고 있지 않나 미안스러울 정도네.
자네도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경호를 보장해 줄 것이네.
직업도 자네가 바라는 곳으로 해결 될걸세.
나도 정부에서 국가안보전략원에서 여생 편안히 살게 해주었지만 내 자신이 통일을 위해 좀 더 자유롭게 활동 하고 싶어 전략원에서 나왔지 사실 거기에 계속 있었더라면 살아 가는데는 별 문제 없었을거네.
자녀교육도 한국이 좋네.
탈북민 자녀들은 대학학비를 다 국가가 부담하여 재정적 부담이 없네.
국가에서 임대주택도 제공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때까지 정착금도 주네.
자네의 경우 애를 한국 명문대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 석사과정을 보내도 될걸세.
자네와 처도 한국에 와서 대학 석사과정을 한번 다녀 보게.
지금 우리 온 가족이 대학을 다니고 있네.
우리 애들은 명문대 학사과정을 다니고 있고 나와 우리 집 사람도 명문대 석사과정을 다니고 있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보니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네.
우리 집 사람은 한국에 올 때 빵 집을 하나 열고 나와 애들 뒤바라지나 하자고 계획했었네.
그래서 한국에 오자 마자 제빵 학원과 바리스타 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들을 다 땃네.
그런데 빵집은 60대에 가서 열기로 하고 지금은 비정부 통일단체에서 낮에는 통일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 석사과정을 다니네.
나는 올해 말이면 2년제 석사과정을 졸업하네.
지금은 석사논문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프네.
그래도 주중에는 강연도 하고 남북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통일교육도 하고 주말에는 공부하려 대학에 나가고 한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네.
내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는 6개월 동안 15만권이상이 팔렸고 6개월째 서점에서 정치사회도서 5-6위선을 달리고 있네.
그만큼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일세.
자네도 한국에 와 자선전을 하나 쓰면 대박 날걸세.
사실 우리 가족은 주중 저마다 모두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산가족이나 다름 없네.
성길아 !
대한민국 헌법에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어.
이 말은 북한 전체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라는 뜻이야.
미국쪽으로 망명타진을 했더라도 늦지 않았어.
이제라도 이탈리아당국에 당당히 말해.
‘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공민이다,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가겠다. !’ 하고.
그러면 자네의 앞길을 막지 못할거네.
민족의 한 구성원이며 북한 외교관이였던 나나 자네에게 있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일세.
자네가 한국으로 온다면 북한에서 신음 받고 있는 우리 동료들과 북한 인민들이 질곡에서 해방될 날도 그만큼 앞당겨 질 것이네.
자네가 서울에 오면 더 많은 우리 동료들이 우리 뒤를 따라 서울로 올 것이고 그러면 통일은 저절로 될걸세.
서울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
지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자네에게 이렇게 지루한 긴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네. 상봉의 그날을 고대하면서
2019년 1월 5일 서울에서 태영호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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