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연구비 갈취에 자녀 숙제 동원…대학원생 울리는 교수 '갑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9 14:10

수정 2019.01.09 14:12

[사진=자료사진]
[사진=자료사진]

#A교수는 한 선임 연구원에게 연구원과 대학원생의 통장을 관리하게 한 후 돈이 쌓이면 일정액을 자신의 통장에 입금시키도록 했다. 지도교수 산하 10명의 대학원생이 모두 연구비를 갈취 당했고, 한 대학원생은 5년간 8천만원을 빼앗겼다. A교수는 이것도 모자라서 자녀의 유치원 등하교, 그림일기, 독후감 등까지 대신하게 시켰다.

#B씨는 한 국립대학교 내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원장 교수와 직장 내 갈등이 심해져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원장 교수는 '여차하면 너희들을 자를 수도 있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B씨는 대자보를 통해 교수의 갑질을 폭로할까 고민도 했지만 교수를 공격한 직원을 다른 교수들이 곱게 볼 리 없어 포기해야 했다.

위 내용은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대학 교수들의 갑질 사례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보된 연구비 갈취·자녀숙제 갑질 교수의 비위 행위는 최소 15년 이상 계속되어 왔지만 학교와 교슉당국은 갑질과 비리문제를 방치해왔다"며 "대학교수가 진학, 학위, 진로 등 대학원의 인생을 결정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리 제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7년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원 석·박사과정생 및 박사 후 과정생 등 연구원을 대상으로 '교수 갑질'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에 따르면 대학원에 갑질이 존재한다고 밝힌 이는 응답자의 74.1%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39%는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인권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갑질 유형에는 열정페이 요구가 48.2%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외 인격무시·강압이 42.6%, 개인업무·잡무요구가 38.1%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 119는 교수의 갑질은 ▲발전기금 강요 ▲연구비 갈취 ▲사적 이용 ▲모욕·괴롭힘 ▲해고 등으로 구분했다. 사적 이용에는 연구생에게 자녀의 숙제를 대신 시킨다거나, 자신의 동호회 행사 호출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직장갑질119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원생119'를 만들었다.
교수들의 갑질을 제보하고 대학원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를 공유해 대학원생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원생119'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대학원생과 법률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장갑질119는 "고액의 등록금, 쥐꼬리만한 장학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가장 지성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각종 교수 갑질, 성폭력, 연구저작권 강탈, 노동 착취가 만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교수갑질 근절을 위한 교육당국의 긴급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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