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와 일문일답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희생양 삼아 사회 분열 조장"
-"페미니즘이 자존감 낮은 여성들의 방어기제로 활용돼"
-"노르웨이 처럼 남녀 공동 징병제 채택해야"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희생양 삼아 사회 분열 조장"
-"페미니즘이 자존감 낮은 여성들의 방어기제로 활용돼"
-"노르웨이 처럼 남녀 공동 징병제 채택해야"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회적 이슈가 남녀 성대결로 번지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페미니즘은 누군가에게 '구원'으로 불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혐오'로 통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
지난해 7월 오세라비 작가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일부 남성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오 작가는 "페미니즘은 이미 왜곡돼 한국 사회에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여성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라비 작가를 만나 '자신의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 페미니즘을 비판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념적으로 쏠림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남성을 위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남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데 남성의 입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작년 한 해는 남녀성대결이 가장 큰 이슈였던 것 같다. 성대결이 왜 심화됐다고 생각하나?
▲메갈리아나 워마드 등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혐오를 생산하고 남녀 갈등을 조장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 중 76%가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20대 여성의 64%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갭이 이렇게 벌어졌다. 서로 연대해야 할 판에 혐오만 심화된 것이다.
-저서를 보면 '급진적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을 혼용하던데, 두 용어의 개념은 어떻게 다른가?
▲현재 페미니즘은 모두 급진적이기 때문에 두 용어는 같은 말이다. 페미니스트 진영의 핵심 표어가 '가부장제 해체'인데 지금이 어디 가부장제 사회인가? UNDP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성평등 순위에서 세계 10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이미 어느 정도 성평등을 이뤘다는 뜻이다. 페미니즘은 구시대적 담론으로 우리 사회와 맞지 않다.
-여전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나?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해외 전문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세계 치안 순위 1위 국가다. 한국의 치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새벽 1시, 2시에도 여성들이 슬리퍼를 신고 편의점에 갈 수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희생자화하고 남성을 적으로 만든다. 이런 분리주의가 계속된다면 사회는 점점 황폐해질 것이다.
-페미니즘이 모두 급진적이라고 한다면, 워마드나 메갈리아도 페미니즘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워마드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2016년에 한국여성재단은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라는 행사를 주최했다. 1세대 페미니스트와 여성학자 등 약 160명이 모인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한 여성학자는 '메갈리아 세대의 페미니즘이 그 어느 페미니즘 보다 놀랄 만한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들이 먼저 메갈리아를 새로운 페미니스트 집단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어떤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고, 워마드가 되는 건가?
▲SNS에 올라온 혜화역 시위 참가글을 보면 여학생이 대다수다. 페미니즘은 상대적 박탈감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여성에게 방어기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교육의 혜택을 다 받으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과잉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짓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다.
-사회가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페미니즘 집회에 가면 '여성은 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지금은 예쁘면 예쁜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사는 세상아닌가? 너무 구태의연하다. 왜 아름다움을 강요받는다고 여기나.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미적 추구와 관련 있다고 본다. 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선 반대하지만 사회가 너무 경직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저서에선 남녀 공동 징병제가 실현돼야 진정한 성평등을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이 성평등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이미 여성 의무 복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1970년대엔 노르웨이도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극에 달하며 갈등이 심했었다. 하지만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성별과 상관없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추구한 결과 세계적인 성평등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남녀 공동 징병제도 그 일환이다. 20대 초반에 2년이 얼마나 큰 시간인가. 남성은 보상없는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워마드에선 군인을 비하하고 이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나.
-페미니즘의 긍정적인 부분은 없다고 보나?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너무나 왜곡됐다. 미투 운동이 특히 그렇다. 지금의 페미니즘이 여성 전체의 인권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부 여성들이 도구화할 뿐이지 이름 없는 미혼모가 페미니즘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우리 사회는 진정한 사회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여성운동,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건가?
▲페미니즘은 분리주의에 빠져있다. 여성들은 분리주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을 지향해야 한다. 왜 과거 미국에서 취하던 이념을 이제와서 우리가 추구하나.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맞는 이념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은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전한다면?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성평등주의자이고 휴머니스트이고 싶다. 페미니즘이 아닌 여성 전체를 위한 운동을 지지하고 여기에 동참할 것이다. 여성운동은 혁신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여성운동으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윤아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