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진가 9명이 모여 우리 사회의 여러 얼굴을 사진에 담아냈다. 권양훈, 설소영, 안미경, 이강석, 이영준, 장영진, 장유민, 조재형, 황인애는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이 이끄는 꿈꽃팩토리 7기 멤버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진전 <Dream Lab Project 2018>을 준비했다. 1년 간의 고민이 담긴 이번 전시는 2019년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권양훈과 설소영은 부부 사진가다. 둘은 각자의 생각으로 <난민> 작업을 진행했다. 권양훈은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코타키나발루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필리핀 난민은 국적을 인정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만의 문화를 이어가며 웃음 짓는 필리핀 난민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빈다.
설소영은 제주도에서 <난민>들을 만났다. 예멘인 난민들과 닭볶음탕에 떡볶이를 나눠먹으며 그들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예멘인 제주 출도 제한 조치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들의 상황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쫓다가 걸린 주술처럼 보였다.
안미경의 <쇠 밥 청 계 천>은 을지로 도시재생 사업으로 갈 곳을 잃은 을지로 공구거리 장인들의 이야기다. 사진 공부차 들렀던 을지로에서 그녀는 순식간에 투쟁의 중심부로 빨려들어갔다. 인천에 살고 있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인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 앞에 놓인 현 상황을 이 작업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이강석은 <적.142-1 積 쌓다. 쌓이다.>에서 예술이라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자기 표현방식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재된 깊은 의미를 구상하며 표출시켜 전달하는 것만큼 힘든 것은 또 없을 것이다. 필립 할스만이 말하는 대상 속 시간과 대화를 통한 심리적 교감의 형성, 그 결과로 다가올 작업의 결과들은 조심스럽고 조심스럽다. 작업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스스로 선택한 해답으로 하나둘씩 쌓여가며 채워진 것이다.
이영준의 <Youth Log>는 고민하는 젊음의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자신 앞에 놓인 불안한 미래를 고민한다. 이영준 또한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부유하는 수많은 젊음 중 하나다. 자신과 또래 젊은이의 사적인 이야기를 채집해서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찾으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간 젊은이들의 고민자국을 사진으로 남긴다.
장영진은 <Strangers in Myeongdong>에서 도시 관찰자의 시선으로 명동을 바라본다. 언제 봐도 명동은 낯설다. 수십년간 지켜온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지만, 그것을 추억하는 사람들, 새롭게 유입되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역동적인 도시를 형성한다.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도시’ 뿐 아니라, 낯선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흐르는 도시’도 명동에는 존재한다.
장유민의 <Between B and D, C>는 그녀 자신이 느낀 세포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유기체의 존재에서 세포의 역할은 가히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원으로 생명체를 다루지만, 그럴수록 절대자에 대한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세포의 세계는 미지의 신비감을 주지만, 생명의 전부는 아니다. 과학은 그녀에게 예술의 수단과 자료를 제공한다. 과학을 통해 예술을 하면서 자신의 미시적인 세계관을 거시화하고 싶다.
조재형의 <보이지 않는 도시(Invisible CIty)>도 청계천 을지로 일대에 대한 이야기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한복판에 보이지 않는 장인들의 도시가 있다. 60년 동안 한국 기초산업을 일군 그들이지만, 이제 이 지역에는 재개발이 시작되었고, 을지로 장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스스로를 ‘도시 난민’이라 부른다. 정부가 부르짖는 ‘도시재생’과 ‘상생’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을지로의 오늘은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우리에게 안긴다.
황인애의 <The Last Piece>는 사라져가는 을지로 역사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을지로 공구거리는 산업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소리는 힘을 잃은지 오래다. 재개발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세입자에 대한 보상과 대책은 없다. 거리에는 정적과 쓸쓸함만이 가득하다. 황인애는 을지로 공구거리의 조각들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살아 숨 쉬는 역사로 머물렀으면 한다.
sun@fnnews.com 양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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