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유명한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을 두고 로마시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뉴스에 따르면 재정난에 시달리는 로마시가 트레비 분수에 던져지는 연간 150만유로(약 19억3000만원)의 세계 각국 동전을 오는 4월부터 시 예산으로 귀속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동전들은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가 기부를 받아 노숙자와 생계가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돼 왔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는 로마시가 문화재 보존과 사회복지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하게 된다.
매일 4000유로(약 515만원)가 쌓이는 이 동전을 지난 2001년부터 기부받았던 가톨릭계는 동전이 조만간 시예산으로 귀속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카리타스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 결정이 최종 결정이 아니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가톨릭계 신문 아베니레는 지난 주말 머리기사에서 로마시가 빈곤층으로부터 돈을 빼앗는 격(Money taken from the poorest)이고, 시의 관료주의적 행정은 '가난한 자들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16년 취임한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40)은 빠듯한 재정 형편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말 동전 활용 방안을 처음 추진했다가 교회 등의 반발에 부닥쳐 실행을 미뤄왔다. 이후 시의회가 지난해 말 이를 승인해 오는 4월부터 동전들은 로마 카톨릭 교회가 아닌 로마시에 귀속되게 된다.
한편 1732년 당시 로마 교황 클레멘스 12세때 조성된 트레비분수는 18세기 이후 로마 상징 중 일부이자 세계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전을 던지는 풍습은 1954년 미국 영화 '애천(Three coins in the fountain)'에서 로마에 온 세 명의 여인이 동전을 던지면서 로마에 다시 오는 것과 인연을 만나는 행운 등을 바라는 장면이 나온 뒤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60년 제작한 영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달콤한 인생)에서 스웨덴 출신 배우인 아니타 에크베르그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뛰어든 장면이 나온 뒤 트레비 분수는 더욱 유명해졌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