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양자정보통신 기술에 적용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
【울산=최수상 기자】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그래핀 양자점’을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제작할 기술이 개발됐다. 차세대 전자기기에 쓰일 소자인 ‘단전자 트랜지스터’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
울산과학기술원(UNIST)는 16일 자연과학부의 신현석 교수팀이 ‘육방정계 질화붕소(h-BN) 단일층 내부에 그래핀 양자점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2차원 평면 복합체’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모양으로 연결된 원자 한 층의 물질로, 엄청나게 얇으면서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전기전도도 등이 뛰어난 ‘꿈의 신소재’다. 이 물질을 수 나노미터 크기로 작게 만들면 ‘그래핀 양자점’이 된다.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는 질소와 붕소가 육각형 벌집보양으로 결합된 원자 한층의 물질로, ‘백색 그래핀’으로도 불린다. 그래핀과 달리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 특성을 지니고 있어 2차원 부도체로의 응용이 가능하다.
이 물질로 전자 하나만 제어해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인 ‘수직 터널링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월 16일(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그래핀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나노입자로, 전류를 흘려주거나 빛을 쪼여주면 발광하는 특성이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바이오 이미징, 센서 등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적은 전기를 쓰면서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정보통신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핀 양자점은 흑연 덩어리를 물리적인 방법 혹은 화학반응에 의해 얇게 벗겨내는 기술(화학적 박리법)로 만들어왔다. 이 경우 원하는 크기의 그래핀 양자점을 얻기 힘들고, 가장자리에 각종 불순물이 붙어 전자의 흐름을 방해했다. 결국 그래핀 양자점이 본연의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신현석 교수팀은 그래핀 양자점의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면서, 가장자리의 불순물을 없애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백금 나노 입자가 배열된 실리카(SiO₂) 기판 위에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전사해 메탄(CH₄) 기체 속에서 열처리한 것이다. 백금 나노 입자는 블록 공중합체의 자기조립 성질 덕분에 규칙적으로 배열되며, 백금(Pt) 위에 올라간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그래핀과 자리를 뒤바꾼다. 결과적으로 백금 입자의 크기에 따라 그래핀 양자점의 크기가 결정되며, 원자 한 층의 육방정계 질화붕소 내부에 그래핀 양자점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소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균일한 배열을 가진 그래핀 양자점을 제작했고, 7~13나노미터 크기로 조절할 수 있었다. 또한 불순물을 최소화함으로써 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동시키는 단전자 트랜지스터도 구현했다. 이번에 구현한 단전자 트랜지스터는 2차원 물질을 층층이 쌓은 구조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터널링(Tunneling)’ 현상을 이용한 ‘수직 터널링 단전자 트랜지스터’다.
단전자 트랜지스터에서 전자는 터널링을 통해 소스(Source)에서 아일랜드(Island)로 주입되고 머물렀다 다시 터널링을 통해 드레인(Drain)으로 흐른다. 아일랜드에 전자를 잡아둘지 보낼지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에 만든 그래핀 양자점은 아일랜드에 적용돼 전자를 1개만 잡아두거나 보낼 수 있었다. 그래핀 양자점 기반 단전자 트랜지스터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광우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질화붕소 내부에 그래핀 양자점을 제작하는 게 가능했다”며 “새로운 기술로 만든 그래핀 양자점의 가장자리는 질화붕소와 화학결합을 이루면서 잘 둘러싸여 불순물이 최소화됐다”고 설명했다.
신현석 교수는 “새 기술로 제작한 그래핀 양자점은 쿨롱 차단(Coulomb Blockade) 효과로 전자를 하나씩만 제어할 수 있다”며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 그래핀 양자점을 층층이 쌓은 ‘수직 터널링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처음 구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핀 양자점 기반 단전자 트랜지스터는 향후 빠른 정보처리와 저전력으로 작동하는 전자기기에 적용돼 기술적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서울대 화학과의 손병혁 교수팀, 영국 맨체스터대 물리학과의 콘스탄틴 노보셀로브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전략과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나노기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연구),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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